롯데 자이언츠 중심 타자 손아섭(25)은 똑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다. 타석에서 보여주는 적극성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마치 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을 다 쳐내겠다는 식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그와 얘기를 해봐도 머뭇거림이 없다. 질문을 받자 말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쏟아냈다.
프로 7년차인 손아섭은 지금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1일 현재 타율(0.347) 최다 안타(59개) 두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6도루로 이 부문에선 공동 2위다.
그는 지난해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최다 안타(158개) 타이틀을 차지했다. 손아섭의 올해 목표는 개인 타이틀 2개 획득이다. 그는 프로 선수라면 매시즌 팀 우승은 당연한 목표라고 했다. 대신 개인 목표는 정하기 나름이다. 손아섭은 "작년 보다 더 좋은 시즌을 보내야 한다. 따라서 어떤 타이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두개를 받는게 목표다. 100경기를 넘겼을 때 제일 근접한 타이틀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손아섭은 보통의 선수들과 목표부터가 달랐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즌 목표를 밝힐 때 개인을 낮추고 팀 목표를 앞세운다. 그런데 손아섭은 팀 우승을 당연시했고, 자신의 개인 목표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자신감이 똘똘 뭉쳐 있었다.
현재 손아섭은 국내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다. 이미 지난해 최다 안타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방망이로 공을 맞히는 재주는 인정을 받았다. 그에게 이번 시즌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3명을 지목했다. 손아섭은 주저함이 없었다. 보통 선수들은 이런 질문에 실명을 거론하길 꺼리거나 너무 많아 구체적으로 꼽기 힘들다는 식으로 대충 넘긴다.
"삼성 밴덴헐크의 공이 좋았다. 두산 니퍼트도 까다로운 투수다. 그런데 밴덴헐크가 더 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산 (노)경은이 형의 공도 항상 어렵다. 이 3명의 투수가 제 올해 성적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손아섭은 올해 밴덴헐크와 맞붙어 6타수 2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국내 타자중 배팅 스피드에서 최고 수준인 그도 밴덴헐크의 150㎞가 넘는 광속구에 헛손질을 자주 했다. 노경은을 상대로는 6타수 1안타 1삼진 1타점을 기록했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당했다. 니퍼트와는 올해 아직 맞대결이 없었다.
최근 손아섭은 혼자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타격 밸런스가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2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홈런과 장타가 안 나왔다. 단타만 치면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없다. 왜 타구에 내 힘이 실리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얘기도 해보고 내 타격 자세가 담긴 비디오 영상도 보고, 타격폼도 바꿔 봤다"고 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선수의 슬럼프를 기록을 보고 판단한다. 손아섭은 주변에서 슬럼프라고 느끼기 이전에 스스로 문제를 풀었다. 공을 맞히는데 급급해 스스로 작아졌던 스윙을 크게 가져가면서 밸런스가 다시 맞기 시작했다.
그는 야구가 없는 월요일을 제외한 날엔 하루 평균 90%를 야구 생각만 한다고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온통 어떻게 하면 야구를 더 잘 할지를 고민한다. 주변에선 손아섭이 야구 밖에 모른다고 놀리기도 한다. 대신 그는 월요일엔 야구를 잊고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손아섭은 올해 주춤하고 있는 부산 야구 열기를 입장권과 사인볼 부탁에서 절감하고 있다. 부담이 될 정도였던 청탁이 확 줄면서 야구 인기가 준 걸 몸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적지 않는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이기고 지기고를 떠나서 재미있어 또 오고 싶게 만드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팬들은 다시 사직구장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아직 사직구장(2만7500석)은 단 한 번도 매진이 되지 않았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