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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의리' 경남FC 페트코비치 감독 영입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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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가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맞았다.

국내 팬들에게는 꽤 친숙한 인물이다. 취임 인터뷰 첫 마디에서 그 향기가 흘렀다. "안녕하세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 스페인을 누르고 조 1위로 조국의 본선행을 이끈 '세르비아 영웅' 일리야 페트코비치 전 인천 감독(68)이 29일 경남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경남은 2006년 K-리그에 발을 들여놓았다. 페트코비치는 박항서→조광래→최진한에 이어 제4대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후덕한 인품을 소유, '덕장'으로 유명한 그는 2009년부터 1년 반 동안 인천 감독을 역임했다. 당시 5연패 중이던 팀을 맡아 단숨에 4승1무(10득점-2실점)의 대반전을 이뤄냈다. 결국 그 해 K-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하지만 2010년 6월 가정 사로 부득불 인천을 떠났다. 페트코비치 감독이 다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돈에 막힌 파리아스, 의리로 물꼬

최진한 감독이 22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올해 수장에 올라 경남의 개혁을 이끌고 있는 안종복 대표는 분위기 쇄신의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부터 외국인 감독 선임에 초점을 맞췄다. 포항의 전성기를 이끈 브라질 출신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46)과도 접촉했다. 그러나 연봉 100만달러(약 11억원)에 발목이 잡혔다. 춥고, 배고픈 시도민구단의 한계였다.

그 사이 페트코비치 감독과 연결됐다. 안 대표는 인천 사장 시절 그를 영입한 주인공이다. 숨겨진 얘기가 하나 있다. 인천을 떠날 당시 상황이 미묘했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부인의 암투병과 또 다른 가정사로 재정적인 압박이 심했다. 돈이 필요했다. 안 대표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는 팀을 떠났고, 한 달 뒤 거액의 연봉을 약속한 카타르 알아흘리의 지휘봉을 잡았다. 안 대표는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가정 문제라 불문에 부쳤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그 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연봉까지 양보하며 의리를 지켰다. 그는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안종복 대표가 계기가 됐다. 인천에서 인간적으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경남도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인 감독을 모셔서 업그레이드 시킬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파리아스 감독도 검토했지만 연봉이 워낙 높아 성사되지 않았다. 페트코비치 감독에게 와달라고 했다. 공개할 수 없지만 연봉은 시도민구단의 합리적 수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본인이 양보했다"고 밝혔다. 페트코비치 감독의 연봉은 2~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도 거부하며 선수들과 함께 클럽하우스가 있는 경남 함안에서 숙소 생활을 하기로 했다.

▶페트코비치 매직 일어날까

경남은 위기다. 지난해 시도민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A에 생존했지만 올시즌 리그 11위(승점 12·2승6무4패)에 처져있다. 그룹B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2부 리그 강등도 걱정하고 있다. 불을 끌 소방수로 페트코비치 감독을 선택했다. 안 대표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 과감하게 모셨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제 공은 페트코비치 감독에게 넘어갔다. 구관이 명관이 될 지는 그가 풀어야할 몫이다. 자신감은 넘쳤다. 그는 "스플릿시스템은 유럽에서도 익숙한 시스템이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전세계 여러 팀을 이끌면서 한 번도 하위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떨어지면 스스로 짐을 쌀 것"이라며 "하위리그로 떨어질 것을 생각하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트코비치 감독의 축구 색깔은 물러서지 않는 공격적인 스타일과 패스 위주의 빠른 전개다. 그는 "영상 자료를 통해 경남 경기를 봤다. 주도권을 잡고 있으면서도 무승부가 경기가 많았다. 작은 문제점을 해결하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본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축구는 시간이 필요한 운동이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훈련을 통해 최대한 빨리 그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이날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경남은 6월 1일 열리는 K-리그 클래식 수원과의 원정경기는 송광환 코치 대행 체제로 치를 예정이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A매치 휴식기에 중국에서 데뷔전을 갖는다. 경남은 6월 3일부터 8일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3 상하이 국제축구대회'에 출전한다. 중국 슈퍼리그 팀 중 상하이에 연고를 둔 선화, 둥야, 센진 등 3개팀과 K-리그의 경남과 대전, 남아공의 프리 스테이트 스타 FC가 참가한다.

경남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재능있는 좋은 선수들이 눈에 보여 희망이 있다. 공격적인 축구와 많은 골을 넣는 축구를 하겠다." '페트코비치 매직'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창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