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지금 같이 던졌으면 한화가 안쫓아냈을텐데…."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2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29일.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서도 단연 류현진의 미국 진출 후 첫 완봉승이 화제에 올랐다. 한화 김응용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 모두 "정말 잘던졌다"며 류현진의 호투에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류현진의 전 소속팀인 한화 김응용 감독은 특유의 촌철살인 코멘트로 좌중을 압도했다. 김 감독은 "작년에 한화에서 이렇게 던졌으면 구단이 안쫓아냈을거야. 밥값을 못했잖아"라고 말하며 떠난 류현진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류현진은 지난해 부상 여파로 9승9패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평범한(?) 성적을 거뒀다. 김 감독은 이어 "한화에 와서도 행복할 줄 알았다. 류현진 믿고 한화에 왔는데 엉뚱한데로 가버렸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해태 감독 시절 선동열(현 KIA 감독)이라는 독보적인 에이스를 데리고 수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이내 진지한 말투로 "확실한 에이스가 있으면 편해진다. 제대로 된 이빨이 하나 버텨주면 옆에 있는 다른 이들도 같이 살아나게 된다"고 말했다.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표현한 것.
김 감독은 선동열 감독과 류현진을 두고는 "선동열은 아예 점수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슬슬 던지다 홈런도 맞았다. 평균자책점이 2점대이지 않나"라며 슬며시 선 감득의 손을 들어올려줬다. 김 감독은 "류현진이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1번부터 9번타자까지 전력을 다해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가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시즌 전 "류현진이 20승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던 김 감독. "그럼 내가 농담하는 줄 알았느냐"고 말해 다시 한 번 큰 웃음을 선사한 김 감독은 "10승 이상은 충분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LG 김기태 감독도 경기 때문에 전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류현진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고. 김 감독은 "현진이가 한국에 있을 때는 시간이 있어도 경기를 잘 챙겨보지 않았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니 한국에 있는 팬의 마음으로 경기를 보게 된다"며 "심판이 불리한 판정을 하면 괜히 화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는 김 감독에게서 류현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 김 감독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더라. 12승 이상은 기본으로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