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경험이 필요하다."
NC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믿음의 야구'로 명성을 얻었다. 부진했던 이승엽을 끝까지 밀어붙여, 일본과의 준결승전서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리게 했다. 그 흔한 좌우놀이도 거부했다. 올림픽 금메달로 그는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신생팀 NC에서도 그의 색깔은 그대로다. 물론 객관적으로 부족한 전력 탓에 과거보다 번트 등의 작전이 빈번해지긴 했지만, 선이 굵은 야구를 고수한다. 5월부터 타선이 단단해지자, 기동력에 한 방을 보여주는 색깔이 다시 나오고 있다.
올시즌 김 감독은 부진했던 4월에 대해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질 줄 몰랐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감독의 역량으로 어떻게 하지 못할 큰 벽에 부딪힌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창단 때부터 프랜차이즈 스타로 점찍었던 나성범이 가세하면서 타선에 힘이 붙었다. 아담-찰리-에릭의 외국인선수 3인방에 이재학-이태양의 토종 사이드암 듀오가 연일 호투를 펼치면서 5인 선발로테이션도 연착륙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팀을 보면서 "이젠 중간에 있는 투수들이 어떻게 돌아가느냐가 중요하다. 그게 우리 팀 5월의 숙제"라고 했다. 형님들을 괴롭히는 막내에서, 형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막내가 되기 위해선 '중간계투진의 안정화'가 마지막 퍼즐과도 같았다.
5월의 과제는 해결했을까. 여전히 뒷문은 불안하다. NC는 29일까지 불펜진 성적이 꼴찌다. 2승12패 5세이브 15홀드로 9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승수를 수확했고, 세이브 숫자 역시 가장 적다. 평균자책점은 5.49로 가장 높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3.96으로 9개 구단 중 5번째로 좋은 것과 비교해보면, 아쉬운 성적표다.
기록을 5월로 한정해 보면, 더욱 아쉽다. 5월 NC는 리그 1위의 선발진을 자랑했다. 9승(4패)으로 승수에서 3위, 평균자책점은 3.11로 가장 좋았다. 하지만 중간계투진은 1승6패 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6.42로 여전히 좋지 않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두산(6.68)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하지만 김 감독은 꿋꿋하게 불펜진을 키워가고 있다. 이승호-고창성 등 베테랑이 자기 몫을 못 해주고 있지만, 젊은 투수들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있다.
현재 NC의 필승조는 이성민-최금강-이민호로 볼 수 있다. 마무리 이민호는 지난해 우선지명, 이성민은 올해 우선지명한 유망주들, 최금강은 신고선수로 영입했지만 잠재력을 보고 키우고 있는 인재다.
김 감독은 주로 1~2점차의 타이트한 상황에서 이 셋을 올린다.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 감독은 "공 자체는 좋은 투수가 많다. 누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갖고 던지느냐에서 차이가 생긴다"고 말한다.
결국은 자신감의 차이란 것이다. 그는 "사실 어린 투수들은 여유가 있을 땐 잘 던진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핀치에 몰리면, 고교 때나 대학 시절과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꾸만 타자와 싸워서, 스스로 이기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혹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게 싸워서 이길 기회를 주고 있다. 29일 창원 넥센전에서도 1점차 상황에서 이성민-이민호-최금강을 연달아 올렸다. 폭투로 통한의 동점을 허용하고, 연장에서 무너졌지만 김 감독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교체해줄 수 있는 타이밍이 와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란 마음에서였다.
김경문 감독의 육성법은 '뚝심'이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투수 외에 야수 쪽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일단 확실한 기회를 준다. 신생팀 사령탑으로서 보여주기 쉽지 않은 이러한 모습, 그는 언제나 오늘보다 밝은 내일을 바라보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