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을 잘못 가르친 것이다. 감독으로서 죄송하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칠줄 알았던 LG 임찬규와 KBS N 스포츠 정인영 아나운서의 물벼락 사건. 사건이 일어나고 이틀이 지나서도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다. LG 구단이 해당 방송사에 사과하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방송사 PD들과 한 기자의 SNS상 감정적 대응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정면 반박하며 감정 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28일 한화전을 앞둔 LG 덕아웃. 팀을 이끄는 김기태 감독 역시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느냐"며 취재진 앞에 등장한 김 감독은 임찬규와 관련한 질문에 "찬규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났더라"라는 농담으로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대답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건 자체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사건 당사자를 데리고 있는 수장으로서 쉽게 의견을 피력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잘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며 임찬규에게 힘을 실어준 김 감독. 인터뷰 말미에 의자에서 일어나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선수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감독이 책임을 져야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잘못 가르친 것이다.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정식으로 사과했다. 김 감독은 "이미 임찬규와 구단이 정 아나운서께 사과한 것으로 알고있다. 나도 다음에 뵙게되면 정식으로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번 세리머니 논란으로 감정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걱정의 시선을 드러내며 "프로야구 전체가 다함께 하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나도 한 팀의 감독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덕아웃을 떠나며 "죄송하다"는 말로 다시 한 번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LG전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한화 김응용 감독은 이번 세리머니 논란에 대해 "다들 좋아서 그러다 난 사고인데 그거 가지고 뭘"이라는 말로 실수가 있었지만 이렇게 큰 일로 번질 일은 아니라는 뜻을 피력했다. 김 감독은 이어 "선수들이 나에게 물벼락좀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농담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해태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야 물벼락을 맞아볼 수 있었다는 김 감독의 말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