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나흘을 쉬었다. 꼭 필요한 휴식이었다.
투수진에 약점이 너무 많았다. 선발진이 무너졌고, 그 여파로 불펜 역시 과부하가 걸렸다.
악몽같은 경기들이 나왔다. 8일 SK전 최다점수차 역전패(10점). 12일 NC에 올 시즌 최다실점 허용(5대17), 19일 한화전 2대14 완패(한화에 올 시즌 팀 최다안타와 최다실점 허용)까지. 7대15로 완패한 넥센전에서는 5회 벤치클리어링까지 나왔다.
휴식을 취한 두산은 선발과 마무리에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갔다. 변화가 많다. 반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유희관 선발진 합류
28일 부산 롯데전에 앞서 김진욱 감독은 선발 강화를 얘기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두산이 참사 수준의 경기력을 보인 것은 선발진의 난조가 가장 큰 이유다. 선발진이 초반에 무너지면서 부담이 많아진 중간계투진이 많은 실점을 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래서 중간계투진의 핵심 중 한 명인 유희관을 5선발로 이동시켰다. 패스트볼 구속은 130㎞대지만, 다양한 구종과 정교한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 게다가 투구폼 자체가 무리가 없어 많은 투구를 할 수도 있다.
그는 27일까지 올해 19경기에 등판, 30이닝을 소화하면서 12승3홀드, 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자책점은 2.40.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승리투수가 된 경험도 있다.
그동안 김상현을 5선발과 롱 릴리프로 기용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희관이 선발로 이동하면 중간계투진에 믿을 만한 좌완투수가 없어지는 약점이 생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우선 선발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간계투진도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했다. 유희관은 29일 부산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 무난한 피칭을 했다.
5⅔이닝 5안타 5실점. 그 중 2실점은 마운드를 이어받은 오현택이 남겨둔 두 명의 주자를 득점으로 연결시켜줬기 때문이었다. 초반 난조와 투구수 100개를 넘어가면서 공에 힘이 떨어지는 단점은 있었지만, 선발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다.
개릿 올슨은 주말 넥센과의 3연전 중 한 게임에 투입될 예정. 퓨처스리그에서 한 차례 시험등판,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 2군으로 내려갔던 김선우도 선발진에 재합류한다.
따라서 두산은 5선발 체제가 만들어진다. 김 감독은 "기존의 니퍼트와 노경은과 함께 5선발 로테이션을 가동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마무리 홍상삼, 히든카드 김강률
중간계투진에도 변화가 많다. 그동안 두산은 중간계투진의 보직을 뚜렷하게 정하지 않았다.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현택이 마무리였다.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였다.
그러나 필승계투조는 형성되지 않았었다. 홍상삼과 변진수의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시즌 전 기대를 모았던 김강률도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2군에 머물러 있었다.
홍상삼의 컨디션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김 감독은 "그동안 마무리였던 오현택 대신 홍상삼을 클로저로 기용할 것이다. 오현택은 7~8회 등판, 홍상삼을 이어주는 필승계투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다.
공의 위력이나 상대타자에게 주는 위압감을 볼 때 홍상삼이 마무리로서 더 적합한 것은 사실. 하지만 그동안 컨트롤 부족으로 애를 먹었던 홍상삼이다. 마무리 상황에서 얼마나 경기력을 유지할 지는 의문.
김 감독이 기대를 갖는 선수는 김강률이다.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패스트볼이 일품이다. 최근 2군 경기에서 제구력이 잡히면서 강렬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실전에서 연착륙이 문제다. 실제 29일 롯데전에서 김강률은 1이닝 1실점했다. 필승계투조로서는 부족한 경기력. 구위 자체는 위력적이지만, 여전히 불안한 제구력을 어떻게 잡을 지가 관건이다. 그동안 5선발 역할을 했던 이정호는 롱 릴리프로 기용될 예정이다.
두산은 대대적인 투수진의 개편을 했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다. 하지만 일단은 불안하다. 29일 롯데전에서 두산은 여전히 투수력의 불안으로 3대8로 역전패했다. 과연 6월 반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