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자란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완성시킨 주인공은 공격수가 아니었다. 수비수 정인환(27)이었다.
정인환은 26일 강원전(3대1 승)에서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그는 2006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뒤 8시즌 동안 10골을 터뜨렸다. 수비수이기 때문에 골넣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총 득점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골을 이날 경기에서 터뜨렸다.
두 골 모두 아슬아슬하게 넣었다. 전반 17분 에닝요의 코너킥을 낙하지점을 잘 포착해 헤딩 슛을 날렸다. 볼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굴절됐다. 다행히 골대 안으로 향한 볼은 강원 수비수 전재호가 걷어내기 전 골라인을 통과했다고 인정받았다.
두 번째 골은 행운이 따라줬다. 2-0으로 앞선 후반 8분, 이번에도 에닝요의 날카로운 코너킥이 문전으로 배달됐다. 수비수에 시야가 가린 정인환은 헤딩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나 강원 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내지 못한 볼이 얼떨결에 정인환의 가슴에 맞고 골대 안으로 향했다. 박호진 강원 골키퍼는 힘껏 날라 볼을 쳐냈다. 그러나 주심과 부심 모두 골라인을 통과했다고 판정했다. 정인환은 "낙하지점을 잘 예측한 것이 주효했다. 에닝요 코너킥의 낙하지점을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인환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K-리그 두 경기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 2차전을 뛰지 못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 팀 수비가 흔들렸다. ACL 8강행 좌절을 맛봤다. 그는 "중요한 경기 출전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쿨했다. 그는 "끝난 것은 끝난 것이다. 이제 K-리그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짧게 대답했다.
정인환은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경기를 치를 최강희호에 합류하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대표팀 소집 전 무실점이든, 득점이든 임팩트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정인환이 K-리그에서 안은 행운을 대표팀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춘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