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술술 풀려가는 조짐이 보인다. 악재가 생기더라도 예상치 못한 호재가 이를 보완해주는 전형적인 '되는 집안'의 분위기가 KIA에서 풍겨나고 있다.
긴 정규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떤 팀이든 몇 차례의 위기를 겪기 마련이다. 주전 선수가 뜻하지 않게 다쳐서 못 나올 수도 있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동시다발적으로 뚝 떨어지며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나 '되는 집안'은 이를 오히려 반전의 계기로 삼곤 한다. 주전 순수가 아파서 빠지면 백업 선수들이 깜짝 활약을 해준다거나,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인물이 무기력증을 깨부수는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팀들은 쉽게 순위가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의 KIA에서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 객관적으로 지금의 KIA에는 악재가 많다. 주전 외야수인 김주찬과 신종길이 부상으로 이탈해있고, 내야수 안치홍도 타격 부진으로 자청해 2군에 가 있는데다 '에이스' 윤석민 마저 복귀 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태다. 여기에 5월 중순까지 한동안 극심한 타격 침체기에 빠지면서 5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단독 1위에서 4위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KIA는 잠시 휘청일망정, 쓰러지지는 않고 있다. 힘겨운 위기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만들어주는 '의외의 인물'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로 영입해 온 신승현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구위와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해나가고 있는 좌완투수 박경태도 있다. '깜짝 활약'의 정점은 지난 23일 광주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린 김주형이 찍었다.
신승현은 애초 트레이드에서 송은범보다 주목을 덜 받았다. 올해 1군에 단 한번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IA에 온 뒤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진가를 화끈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승현은 22일까지 6경기에서 8⅔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오른손 사이드암스로형 투수로서 140㎞대 후반까지 나오는 싱커성 직구에 상대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통에 단숨에 필승조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선동열 감독도 "정말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다"고 감탄할 정도다.
4월까지는 볼넷을 남발하고, 적시타를 쉽게 내주면서 팬들의 원성을 샀던 박경태 역시 5월 들어 나날이 안정감을 찾고 있다. 5월에 나온 8경기에서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7⅔이닝 무실점이다. 비록 22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9회초 1사 2루에서 원포인트릴리프로 나왔다가 상대 대타 조정원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타구가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운좋게 안타가 된 케이스다. 이후 뒤를 이은 송은범이 최진행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데 이어 김원섭의 정확한 홈송구로 3루주자 정현석이 아웃되면서 박경태는 무실점 경기를 이어갔다.
누구보다 KIA에 새로운 힘으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는 바로 김주형이다. 이날 체력이 떨어진 1루수 최희섭 대신 1루를 지킨 김주형은 4회와 6회에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만년 유망주'에서 새로운 대포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김주형의 가세는 팀의 선수 운용에 또 다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희섭이 지명타자 등으로 나서게 되면서 공격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체력 안배효과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형의 향후 활약 여부에 따라 KIA도 다시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