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LG전.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0-1로 뒤지던 LG의 6회초 공격. 삼성 우완 에이스 윤성환에게 5회까지 단 1안타로 꽁꽁 묶여 있던 LG는 무사에 최경철 권용관의 연속 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대형의 번트실패와 오지환의 범타로 2사 1,2루. 찬스가 무산되나 싶은 시점. 이병규의 동점 적시타가 터져 1-1 동점이 됐다. 그 사이 3루까지 진출한 권용관. 잠시 후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플레이로 '일'을 냈다.
4번 정성훈 타석. 2B1S에서 4구째 몸쪽 빠른 볼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 삼성 포수 이지영은 앉은채로 투수 윤성환에게 공을 던졌다. 이지영의 손에서 공이 떨어지기 무섭게 3루주자 권용관은 냅다 홈으로 달렸다. 화들짝 놀란 윤성환이 포수에게 다시 송구했지만 권용관이 슬라이딩 한 오른발 홈 터치가 살짝 빨랐다. 누가 봐도 홈스틸같은 장면. LG 홍보팀에서 조차 처음에 "이번 홈스틸은 시즌 1호, 통산 35호"라고 공식 릴리스했다. 하지만 잠시 후 "홈스틸이 아닌 야수선택으로 공식 기록됐다"고 정정됐다.
KBO 기록위원은 "투구동작 때 주자가 스타트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포수의 느슨한 송구를 틈 타 홈을 파고 들었기 때문에 포수의 선택 실수에 의한 득점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홈스틸을 투수의 투구동작을 보고 홈을 훔친다는 좁은 의미로 해석한 경우라고 봐야 한다. '3루에 있는 주자가 배터리(battery)의 허점을 틈타 홈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백과사전식 해석을 적용한다면 권용관의 플레이는 홈스틸에 해당한다. 어쨌든 이에 대한 판단은 공식 기록의 판단 영역이다. 이 플레이로 오른발을 접지른 권용관은 경기 후 "포수가 계속 투수에게 띄워서 송구하길래 최태원 코치님과 포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기회를 노려보자고 작전을 미리 짰다.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