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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여정' 최강희호 '파격' 선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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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여정을 앞둔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에 나설 25명의 소집명단이 발표됐다. 우즈베키스탄(승점 11·3승2무1패)에 이어 A조 2위(승점 10·3승1무1패)에 올라있는 한국은 6차전 레바논(6월 5일 오전 2시30분·한국시각·베이루트), 7차전 우즈베키스탄(6월 11일 오후 8시·서울), 최종전인 이란(6월 17일 오후 9시·울산)과의 경기를 통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짓는다. 각조 1, 2위가 월드컵에 직행하고, 3위는 험난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마지막 여정(3연전)에 대표팀의 중심인 기성용(24·스완지시티)과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은 없었다. 회춘한 36세의 '진공청소기' 김남일(인천)과 이명주(23·포항)가 빈 자리를 메웠다. 대표팀의 척추를 뒤흔드는 파격적인 변화다. 그동안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으로 지목된 윙백에도 또 칼을 댔다. 3연전의 첫 걸음인 레바논전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안정' 대신 '파격적인 변화'를 택했다.

▶'기-구 라인' 제외, 왜?

최근 몇년간 기성용과 구자철은 대표팀 허리의 중심이었다. 경고 누적으로 레바논전에 출전할 수 없는 기성용은 당초 나머지 2연전 명단에 포함될 것이 유력했다. 최근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한 구자철의 대표팀 입성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기성용은 부상으로 3주 이상 경기를 못 뛰었다. 1주일 이상 쉬게 되면 몸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구자철도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최 감독이 '기-구 라인'을 제외하며 밝힌 표면적인 이유다. 부상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최 감독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팀'이라는 큰 틀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기성용과 구자철을 포함해) 27~28명을 뽑아 20명으로 레바논을 치르고 나머지 선수로 2연전을 치르는 이원화를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너무 산만해지고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25명으로 3연전을 치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남일-이명주, 발탁 배경은?

김남일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만에 태극마크와 다시 만났다. 이명주는 A대표팀에 첫 승선했다. 최 감독이 36세의 노장과 A대표팀 경력이 전무한 선수를 기성용 구자철의 대체자로 낙점한 것은 '현재의 경기력'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인천이 작년 후반기와 올시즌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심에서 김남일이 활약하는 모습을 봤다.", "능력이 있는 선수다. 작년에도 올해도 계속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활동량도 많고 공수 능력, 슈팅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 전자는 김남일에 대한 설명이고, 후자는 이명주다. 김남일의 올시즌 활약은 눈이 부시다. 노련함과 전성기 시절의 패싱력, 탁월한 인터셉트 능력으로 인천 공수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명주는 올시즌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포항의 신형 엔진이다. 클래식 10경기 4골을 넣었다. 최 감독은 원칙을 내세웠다. "클래식에서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현재의 경기력을 보고 선발했다. 아직 월드컵 진출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레바논 원정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필요했다." 나이와 이름값에 대한 편견 없이 경기력만으로 김남일과 이명주가 최 감독의 최후의 여정에 초청을 받았다.

▶또 바뀐 윙백, 안정을 위한 변화

중원 못지 않게 신경 쓴 포지션은 골칫거리였던 윙백이다. 윙백은 현대축구에서 색깔을 결정짓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최강희호는 측면 수비가 흔들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매경기 새로운 얼굴이 그라운드에 나섰다. 결국 다시 한번 칼을 댔다. 지난 3월 카타르전에서 뛰었던 박원재(29·전북) 윤석영(23·QPR) 오범석(29·경찰청) 대신 김창수(28·가시와 레이솔) 박주호(26·바젤) 김치우(30·서울)를 새롭게 발탁했다. 카타르전 명단에 포함됐다 부상으로 제외된 김창수의 발탁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왼쪽은 생각보다 변화의 폭이 컸다. 왼쪽 윙백이 가능한 김영권(23·광저우)까지 뽑으며 측면 수비 강화에 힘을 쏟았다. 최 감독은 "수비쪽은 계속 똑같은 선수들로 가는게 좋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마다 수비가 불안하다는 의견에 공감을 하고 있다. 대표팀 경기는 한 달 혹은 세 달에 한번씩 있다. 결국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를 뽑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강희호는 27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 28일 UAE로 출국한다. 두바이에서 이달 말까지 전지훈련을 한 뒤 다음달 1일 결전지인 레바논 베이루트로 이동한다. 최강희호 출범 이후 가장 오랜 시간동안 대표팀이 함께 발을 맞출 수 있다. 최 감독은 시간에서 조직력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한 경기만 하는게 아니라 3연전을 이어서 준비할 수 있다. (이 기간동안) 수비 보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레바논전 밑그림은?

"소집 전에 어느 정도 베스트 11을 그리지만 훈련을 하면서 한 두 자리가 바뀌게 된다. 훈련을 통해 좋은 조합을 찾겠다."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레바논전의 밑그림은 이미 그려져있다. 마지막 한 두개의 퍼즐만 완성하면 된다. 4-2-3-1의 꼭짓점인 최전방 공격수로는 '황태자' 이동국(34·전북)이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전에서 선보인 이동국-김신욱(25·울산) 조합은 낙제점을 받았다. 제공권이 좋은 김신욱은 후반 조커가 적격이다. 2선 공격은 무한경쟁 체제다. 이근호(28·상주)와 이청용(25·볼턴)이 한발 앞서 있는 가운데 이승기(25·전북) 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21·함부르크) 김보경(24·카디프시티) 등이 각축을 벌인다. '뜨거운 감자' 손흥민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앙 수비는 윤곽이 잡혀있다. 곽태휘(32·알샤밥)와 정인환(27·전북)이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 고민은 중원사령관과 좌우 윙백이다. 훈련을 통해 최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최 감독은 "운동장 환경이나 그라운드 컨디션에 따라 전술이 달라질 수 있다. 초반에 승부를 걸지, 한 골 승부를 펼칠지 선수를 소집해 본 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