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태릉선수촌에서 펼쳐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선수들의 연기가 모두 끝난 후 눈부신 레오타드를 맞춰입은 어여쁜 소녀 5명이 일사불란하게 발 맞춰 포디움에 들어섰다. 이경은(21세종대)-이나영(18세종고)-김연정(17청주중앙여고)-이지우(16오금고)-양현진(16이매고)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대표 리듬체조 단체팀이었다. 리본 연기를 마친 후 숨을 돌리던 손연재(19·연세대)의 시선이 고정됐다. '리본 3개-후프 2개' 복합수구 연기를 마친 선후배들을 향해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여자단체팀이 올시즌 첫 벨라루스 월드컵(17~19일) 출전을 앞두고 국내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다. 대학생 이경은을 제외하고는 전원 1995~1997년생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어린 팀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겨냥, 지난해 초부터 1년 넘게 손발을 맞춰왔다. 이경은은 2010년 모스크바세계선수권부터 단체팀의 일원으로 활약해온 유일한 베테랑이다. 코치 선생님과 어린 선수들 사이를 오가며 '언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단체팀인 만큼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전은 나만 잘하면 되지만, 단체전은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이기적인 선수는 절대 할 수 없는 종목인데, 동생들이 다 착하다"며 웃었다. 리듬체조 단체전은 5명 모두 곤봉을 들고 하는 단일수구 경기(10 clubs)와, 리본 3개-후프 2개를 들고 하는 복합수구 경기(3ribbon-2hoops)등 총 2종목이다. 후프와 리본을 한치의 오차 없이 함께 던지고 받아내야 하는는 복합수구 종목이 더 어렵다. "내 수구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잘 던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리본이 꼬이기도 하고, 돌발상황도 많이 생긴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팀으로서 눈빛과 마음을 맞춰야 한다. 힘든 일, 기쁜 일 모두 언제나 함께한다. 완벽한 호흡을 위해선 무엇보다 절대적인 체력과 훈련량이 필수다.
리듬체조 단체팀 코치는 북한 에이스 출신 이경희 코치다. 1991년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 볼 1위, 줄 1위 등 3관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2007년 6월 탈북한 후 체조협회 순회코치로 리듬체조 대표팀을 지도하다 2011년 1월부터 3년째 단체팀을 맡아, 전담코치로 일하고 있다. 이경희 코치는 에이스 출신답게 꼼꼼하고 냉철하다. '매의 눈'으로 5명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한 만큼, 동영상을 통해 해외 강국들의 동향을 파악해 선수들과 공유하고 소통한다. 선발전에서 잔뜩 긴장한 어린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안아주며 격려하는 모습은 따뜻했다.
한국 리듬체조 단체팀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2010년 모스크바세계선수권에선 참가국 29개국 중 23위, 2011년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선 24개국 중 21위를 기록했다. 벨라루스월드컵은 새로 구성된 리듬체조 단체팀의 첫 도전이다. 한국대표팀의 2년만의 국제무대 도전이다. 일본, 중국의 이웃나라 팀에 비해 국제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리우올림픽 본선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경은은 "첫 대회라 많이 긴장될 것같다. 성적 부담보다는 세계 무대에서 우리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절친후배' 손연재 역시 단체팀의 첫 도전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외국대회에 늘 혼자 다녀 외로웠는데 올해는 천송이 선수도 있고, 특히 단체팀이 처음으로 함께 가게 돼 정말 좋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환경이 열악한데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오랜만에 봤는데 짧은 기간에 기량이 정말 많이 좋아진 것같다"고 평가했다. "일본 단체팀은 올림픽 전부터 러시아에 와서 쭉 훈련을 하고 있다. 리듬체조는 종목 성격상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중요하다. 경험과 함께 랭킹포인트가 쌓여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며 훈련과 경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년 후 리우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물론 꼭 함께 가고 싶다"라며 웃었다.
17일 오후 4시20분 리듬걸스 5인의 특별한 첫 도전이 시작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젠 등 강국들과 함께 일본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6월 아시아선수권에서 경쟁할 아시아팀 등 10개국이 출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