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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후 첫 경기, KIA-SK 진짜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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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프로야구계를 들끓게 했던 대형 트레이드 이후 1주일만에 KIA와 SK가 맞붙었다. 14일 광주구장이었다. 서로의 손익계산을 따지기에 분주했던 트레이드 후 KIA는 5연패를 당했고, SK도 2승3패로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 팀을 옮긴 선수들이 친정팀의 옛 동료들을 상대로 정면대결을 펼치게 된 상황으로 인해 이 경기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덕담과 웃음이 오간 덕아웃 풍경

사실 현재로서는 어느 팀이 더 이익을 얻었는 지 명확히 따지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양팀 사령탑이 모두 원하는 카드를 얻어냈다는 데 있다. 일단 KIA 선동열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은 모두 만족하고 있었다.

이는 경기 전 KIA 덕아웃에서 벌어진 한가지 에피소드로 인해 입증됐다. 이날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인 오후 4시 경. 경기장에 도착해 워밍업을 마친 SK 선수단에서 김상현과 진해수가 KIA 덕아웃으로 찾아왔다. 전 소속팀의 선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선 감독은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띤 채 옛 제자들을 반가이 맞이했다. "그래, 반갑다. 가서도 열심히 다치지 말고 잘 해라"라고 덕담을 건네는 순간, 갑자기 이만수 감독이 나타났다.

선 감독이 급히 덕아웃 앞으로 나가 마중하자 이 감독은 대뜸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선수를 줘서 고맙다는 뜻이다. 선 감독은 껄껄 웃으며 잠시 이 감독을 비롯해 김상현-진해수와 환담을 나누고 돌아왔다.

KIA 덕아웃에 돌아온 선 감독은 "이 감독께서 갑자기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데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 난감해서 그냥 웃었다"고 했다. 선 감독이 잠시 난처해 했던 이유는 어찌됐든 자신이 떠나보낸 선수들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내가 만약 '저도 감사합니다'라고 했으면 김상현이나 진해수가 서운해할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잠시 후 외야에서 투수조 훈련을 마친 송은범과 신승현이 덕아웃 쪽으로 왔다. 선 감독은 "너희들도 인사가야지"라면서 송은범에게 "가서 이 감독께 나도 감사하다고 꼭 전해드려라"라는 전언을 남겼다. 이 말에 호탕하게 웃은 송은범과 신승현은 SK 덕아웃으로 가 이 감독과 재회하고 돌아왔다.

이 감독을 만나고 돌아온 송은범은 "미국식으로 크게 허그(포옹)를 한번 하고 왔습니다. 잘 지내시냐고 하길래 '완전 잘 지냅니다'라고 했습니다"며 선 감독에게 사후 보고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선 감독이 "감사인사를 전하라"고 했던 미션은 수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송은범은 "아차! 그걸 깜빡했네"라며 멋쩍게 웃었다.

▶최종 승자는 신승현과 KIA였다

경기 전에는 이처럼 화기애애했지만, 승부의 세계가 시작되면 냉정함만이 흐르는 법이다. 이날 두 팀의 이적생들은 과연 어떤 활약으로 새 소속팀에 기쁨을 주고, 전 소속팀에 아픔을 남겼을까.

결론부터 보자면, KIA쪽 이적생들의 우세승이었다고 할 수 있다. SK 김상현은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진해수는 등판하지 않았다. 반면 KIA는 송은범과 신승현이 모두 필승조로 나와 홀드를 1개씩 올렸다.

김상현은 1회 1사 1, 2루 득점찬스에서 전 동료였던 KIA 선발 김진우에게 1루수 앞 땅볼로 당했다. 4회 선두타자로 나온 첫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6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온 김상현은 1루수 앞 땅볼에 그쳤는데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볼카운트 1B1S에서 김진우가 던진 공이 손에서 빠지는 바람에 김상현의 얼굴쪽으로 날아든 것. 본의 아니게 위협구를 던진 김진우는 "바깥쪽으로 던지려다가 공이 잘못 나갔다. 이후 한 동안 김상현 선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며 미안해했다. 김상현은 1-3으로 뒤진 8회에는 송은범과도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초구에 배트가 나가면서 3루수 앞 땅볼에 그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송은범 역시 썩 좋은 기록을 남기진 못했다. 팀이 3-0으로 앞선 8회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송은범은 첫 상대인 조동화를 1루수 앞 땅볼로 잘 처리했다. 그러나 경기 전 자신이 "가장 경계해야 할 SK 타자"라고 말했던 최 정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볼카운트 2B에서 던진 바깥쪽 직구가 높이 뜨면서 홈런으로 연결된 것. 이후 김상현을 내야 땅볼로 잡은 송은범은 박재상에게 2루수 오른쪽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뒤를 이은 앤서니가 김강민을 2루수 앞 땅볼로 처러한 덕분에 송은범은 쑥스런 홀드를 올렸다.

이날의 진짜 승자는 신승현이었다. 신승현은 3-0으로 앞선 7회에 선발 김진우를 구원해 필승조로 나와 1이닝을 삼진 1개를 곁들여 무안타로 깔끔하게 막아 내면서 홀드를 달성했다. 이는 신승현이 SK 소속이던 지난 2004년 6월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올린 뒤 무려 9년 만에 나온 홀드였다. 날짜로는 3266일 만이다. 신승현의 효과적인 역투로 KIA는 5연패 탈출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