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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혁민, 제구력의 중요성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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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에게 제구력은 얼마나 중요할까.

한화 김혁민은 14일 목동 넥센전에서 7이닝 5안타 1실점의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선발투수로서 자기 몫을 다 해내며 선두를 달리고 있던 넥센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토록 김혁민의 성장을 바랐던 김응용 감독도 모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은 경기였다. 김혁민의 시즌 성적은 2승4패, 평균자책점 4.28이 됐다. 이제는 한화의 어엿한 선발투수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까지 수준을 끌어올렸다.

이날 김혁민의 호투는 안정된 제구력이 원동력이었다. 7이닝 동안 기록한 투구수는 99개. 이닝당 14.14개의 공을 던진 셈. 보통 선발투수의 이닝당 투구수는 14~15개가 적당하다는 말이 있다. 투수 조련의 대가인 KIA 선동열 감독도 "컨트롤이 좋은 투수는 이닝당 14~15개 정도의 투구수를 기록한다. 그래야 9회까지 완투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김혁민이 딱 그랬다. 제구력이 좋으면 볼넷이 줄어들고, 안타를 맞을 확률도 떨어지게 돼 있다. 투구수를 경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긴 이닝을 던질 수 있게 된다. 김혁민은 5월 들어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다. 지난 3일 대전 SK전에서는 7⅔이닝 4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고, 8일 창원 NC전에서는 피홈런 3개를 맞았지만 6⅔이닝을 4실점으로 막으며 제 몫을 했다. 제구력이 뒷받침되니 이닝이터로서의 명성을 다시 얻게 됐다. 이날까지 투구이닝 부문에서 김혁민은 48⅓이닝으로 SK 레이예스(56⅓이닝), 롯데 유먼(49⅔이닝), SK 세든(48⅔이닝)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물론 토종 투수 중에서는 단연 1위다.

4월 한 달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부진했던 김혁민은 5월 들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혁민은 4월에 7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4패, 2홀드,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선발로 등판해서는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것도 3경기나 됐다. 구위는 좋았지만 컨트롤이 엉망이었다.

그러나 5월 들어서는 컨트롤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날 경기후 김혁민은 "시즌 초반에는 제구가 잘 되지 않아 어려웠다. 최근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운데만 보고 던진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제구가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김혁민의 9이닝 기준 한 경기 평균 4사구는 4월 5.00개에서 5월 2.95개로 줄었다.

김혁민이 힘을 내준 덕분에 한화는 5월 들어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감을 갖추게 됐다. 김 감독이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는 바티스타와 이브랜드에 덧붙여 김혁민이 3선발로 자리를 잡으면서 계산이 가능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은 "김혁민은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선수다. 볼은 정말 좋다. 제구만 되면 누구도 치기 어렵다. 기복없이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