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KIA-SK가 단행한 깜짝 트레이드. 외부에서는 벌써 손익 계산이 한창이다.
불과 일주일이 흘렀을 뿐이지만 화제성은 충분했다. 오랜만에 성사된 거물급 선수 간의 빅 딜에 스토리의 쫄깃함을 살려주는 반전 요소가 골고루 가미돼 있었다. 트레이드 직후 평가에서는 KIA가 이득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네티즌 투표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의외성 있게 흘렀다. 김상현은 이적 첫날인 지난 7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투런 홈런 포함, 3안타로 화끈한 신고식을 했다. 첫날 이후 침묵. 이후 5경기에서 단 1안타 밖에 추가하지 못했지만 김상현 합류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분명했다. 김상현 앞 뒤에 배치된 타자들이 크게 활발해졌다. 13일 현재 3번 최 정의 최근 5경기 타율은 0.438. 5번 한동민은 0.529다. 현재까지 '김상현 in SK' 효과는 긍정적이다.
반면, KIA로 이적한 송은범은 주춤했다. KIA 데뷔전인 8일 롯데전에서 1⅓이닝 동안 볼넷 1개만을 허용하며 무안타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탈삼진 3개로 새로운 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12일 포항 삼성전이 재앙이었다. ⅓이닝 동안 6타자에게 무려 5피안타를 허용하며 속절 없이 무너졌다. 1-4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팀은 5연패에 빠졌다. 이적 후 첫 시련. 아픈 결과였다. 이득이라 생각했던 송은범의 실패. 많은 화제를 만들어냈다.
빅 트레이드에 어김 없이 따라 오는 손익 계산 방식. 문제는 없는걸까. 우선 이번 사안은 아직 비교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단지 이 일주일 활약을 근거로 '김상현 >송은범' 공식을 일반화할 수 있을까. 더 중요한 사실은 비교가 몰고 올 선수의 부담, 감독의 부담, 구단의 부담이다. 트레이드는 필요에 따른 행위다. 긍정의 단어다. 약점을 메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 구단마다 아킬레스건이 제 각각이니 필요한 선수가 모두 다르다. 다소 여유 있는 포지션 플레이어를 활용해 구멍을 잘 메웠다면 성공한 트레이드다. 하지만 당사자 간 성급하고 무리한 비교는 트레이드를 힘들게 만드는 으뜸 요소다. 향후 트레이드를 막는 주범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레이드는 양 구단 관계자들의 결단이다.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가 따른다. 이는 마치 벤치에서 내리는 작전과 같다.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물론 없다. 설익은 결과론으로 외부에서 미주알 고주알 평가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당사자는 그야말로 손 놓고 방관자가 되는 수 밖에 없다. 선수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상현은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직후 "팀을 옮긴 뒤 성적이 나지 않으면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적에 따른 스트레스를 표현했다. 자신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화제가 집중되는데다 지속적으로 맞트레이드 상대 선수와 비교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비교'는 야구 선수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소다. 적절한 관심이야 자극제가 될 수도 있지만 과한 비교는 선수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트레이드의 첫번째 손익계산법의 첫번째 원칙은 팀 자체 내의 전·후 비교여야 한다. 트레이드를 통해 팀이 얼마나 나아졌는지가 중요하다. 그것도 적어도 한 시즌 정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트레이드 당사자 간의 섣부른 비교는 향후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