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산의 행보는 롤러코스터다. 극과 극이다.
19승1무12패로 3위. 준수하다. 시즌 전 목표인 우승이 가능한 위치다. 하지만 최근 잇단 참사가 있었다.
8일 인천 SK전에서 10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2대13으로 패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다 점수차 패배. 이후 3연승. 특히 NC와의 주말 3연전 1차전은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끝내 역전에 성공하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일 3차전은 5대17로 완패했다. 막내구단 NC에 올 시즌 최다실점을 허용하며 대패.
가장 큰 이유는 선발과 필승계투조가 동시에 흐트러져 있기 문이다. 니퍼트-노경은-김선우가 선발진을 형성하고 있지만, 4. 5선발은 좋지 않다. 잇단 참사에 등판 선발진이 4, 5선발이었다.
홍상삼과 변진수의 부진으로 인해 믿을 만한 필승계투조도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구조적인 약점이 극적으로 드러난 두 경기였다.
일단 두 차례의 태풍이 지나갔다. 이제는 과거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산의 행보다. 특히, 포스트 시즌이 될 때 어떻게 변화돼 있느냐가 핵심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올 시즌 유난히 강조했던 우승을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여전히 두산은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의 투수력으로는 우승은 커녕 4강도 불안하다. 그리고 수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카드들이 존재한다.
일단 선발진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 현재 투수진의 가장 큰 약점은 불안정한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작된다. 선발진 자체의 숫자가 부족하다. 때문에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대책이 없다. 대신할 마땅한 롱 릴리프도 당연히 없다. NC전에서 김상현이 일찍 무너지자, 마운드를 이어받은 정대현은 무려 11실점을 했다. 또 약한 4, 5 선발로 인해 중간계투진 중 가장 믿을 수 있는 중간계투 오현택에게 많은 부담을 준다. 결국 악순환이다.
두산은 이용찬이 조만간 가세한다. 아직 완전치 않다. 중간계투로 일단 던져야 한다. 상태를 본 뒤 선발과 마무리 중 보직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용찬의 가세는 아직 변수가 많은 카드다.
시즌 전 두산은 마무리 외국인 투수 프록터를 버리고 켈빈 히메네스를 데려오려 했다. 충분히 고려할 만한 카드였다. 선발진의 보강 뿐만 아니라 포스트 시즌에서도 검증된 히메네스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었다. 프록터의 공백은 홍상삼과 변진수가 막는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히메네스가 팔뚝 부상으로 가세하지 못했고, 결국 개릿 올슨을 선택했다.
그런데 올슨은 지난달 12일 허벅지 부상 이후 여전히 개점 휴업 중이다. 두산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올슨이 기다려줄 가치가 있는 외국인 투수인 지는 의문이다. 140㎞ 초반대의 패스트볼과 변화구 구사가 능한 선수다. 하지만 실전에서 좋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에서 확실한 1승을 챙겨줄 강력한 구위를 가진 것도 아니다. 두산이 진정 우승을 원한다면 과감한 투자로 이 부분은 어떻게든 수정, 보완해야 한다.
불안한 투수진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트레이드 카드 얘기도 나온다. 두산의 풍부한 백업 야수들을 카드로 좋은 투수를 데려오자는 주장이다. 최근 SK와 KIA가 김상현과 송은범을 주고 받으면서 더욱 불거진 의견이다. 그런데 올 시즌 두산 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의 중간계투진이 약해졌다. 현 시점에서 중간계투로 나서 1이닝을 확실히 책임질 투수들은 트레이드가 불가한 선수들이다.
따라서 여전히 부진한 홍상삼과 변진수,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윤명준 등을 뚝심있게 기용하는 게 더욱 현실성있어 보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