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FA컵 최대 볼거리는 이변이다.
축구공은 둥글었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별들이 떨어졌다. 시민구단인 대전과 대구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대전과 대구는 8일 벌어진 2013년 FA컵 32강전에서 K-리그 2부 리그인 챌린지 팀들에 덜미를 잡혔다. 두 팀 모두 안방에서 철퇴를 맞았다. 대전은 고양HiFC , 대구는 수원FC에 각각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클래식 최하위 팀인 대구(4무6패)는 올시즌 첫 승의 기회를 또 허공으로 날렸다. 대전은 12위(1승4무5패)로 클래식에서 하위권에 포진해 있다.
진땀 승부도 있었다. 강원FC는 내셔널리그의 경주한국수력원자력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전후반 2-2로 비긴 후 연장전에서 지쿠의 결승골로 3대2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5무5패로 13위에 포진한 강원은 올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수원 삼성은 대재앙의 맞을 뻔 했다. 수원은 10년 만에 부활한 '지지대 더비'에서 FC안양에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7분 정재용에게 결승골을 허용한 수원은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안양 정현윤의 자책골로 동점에 성공했다. 후반 인저리타임 서정진이 천금같은 결승골로 기사회생했다.
'지지대 더비'는 지난 2004년 초 안양LG가 서울로 연고이전하기 전까지 수원과 안양이 벌이던 지역 라이벌전이다. 수원과 안양을 잇는 1번 국도 고개 '지지대'에서 유래했다. 연고 구단을 잃은 안양 팬들은 올해 안양이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 참가하면서 응원할 팀을 찾았다. '안양은 고양 국민은행이 둥지를 옮겨 창단했다. 고양 국민은행은 8차례나 프로를 꺾은 팀이다. 그러나 고양 국민은행의 저주는 수원에는 통하지 않았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만감이 교차했다. 그 또한 '지지대 더비'의 한 축이다. LG출신인 그는 1999년 프랑스에서 복귀할 때 친정팀 안양 대신 수원을 선택했다. 안양 팬들은 서 감독이 수원 유니폼을 입고 안양종합운동장을 처음 찾았을 당시 유니폼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벌이기도 했다.
수원은 2002년과 2009년, 2010년 세 차례나 FA컵을 제패했다. 포항, 전남과 함께 공동 최다우승팀이다. 올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선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2위에 올라 있다. 지옥에서 탈출하며 FA컵 16강에 올랐다.
관심을 모았던 '독수리 더비'에선 관록이 패기를 잠재웠다. FC서울은 연세대를 3대0으로 꺾었다. 후반 3골이 터졌다. 후반 6분 김현성에 이어 컨디션 조절을 위해 교체투입된 데얀과 신인 이상협이 후반 38분과 42분 골망을 갈랐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연세대 출신이다. '독수리'는 최 감독의 별명이자, 연세대의 상징이다.
지난해 FA컵 챔피언 포항은 숭실대를 4대0으로 대파했다. 전북과 울산도 용인시청, 이천시민축구단을 각각 2대0, 3대0으로 물리쳤다. 지난해 FA컵 준우승팀인 경남FC는 울산현대미포조선을 2대0으로 꺾었다.
FA컵 16강전은 7월 10일 벌어지며 추첨을 통해 대진이 결정된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