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를 앞두고 해당 선수가 맹활약을 펼칠 때 소위 'FA로이드'라는 말을 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FA를 앞둔 선수는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생애 한 두번 밖에 찾아오지 않은 FA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생애 첫 FA를 앞둔 지난 2001년 시즌 LA 다저스에서 15승1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주가를 올렸다. 그해 12월 박찬호는 에이스가 필요했던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500만달러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대우로 정든 LA를 떠나 텍사스 알링턴으로 둥지를 옮겼다.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 자격을 획득한다.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라는 점에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총액 기준 1억 달러 이상의 몸값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신수의 장점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격, 수비, 주루 등 각 부분에서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추신수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비롯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올시즌 추신수가 한 경기에서 두 개 이상의 홈런을 뽑아낸 것은 처음이며 끝내기 홈런은 두 번째이다. 추신수는 4-4로 균형을 이루고 있던 9회말 2사 주자 없은 상황에서 애틀랜타의 특급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렐의 직구를 공략해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렸다.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96마일짜리 가운데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관통하던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쪽으로 아치를 그렸다. 이에 앞서 추신수는 0-3으로 뒤지고 있던 3회말 2사후에는 애틀랜타의 오른손 선발 크리스 메들런의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는 등 두 개의 결정적인 대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신시내티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개인통산 1600승을 기록했다. 지난 겨울 추신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베이커 감독 입장에서는 기쁨 두 배였다.
이로써 추신수는 시즌 타율 3할3푼3리에 7홈런, 14타점, 27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내셔널리그 타격 주요 부문 상위권을 유지했다. 타율은 5위, 홈런 공동 8위, 득점은 콜로라도의 카를로스 곤잘레스와 공동 1위, 출루율은 여전히 리그 1위이며, 최다안타 역시 1위를 지켰다.
이런 페이스라면 추신수는 올시즌 타율과 홈런, 득점, 출루율에서 생애 최고의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시즌이 끝난 뒤 FA 협상 테이블에서 마음껏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적표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의 1억 달러 계약이 성사될 수 있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총액 기준 1억 달러의 계약을 이끌어낸 선수는 33명이다. 투타에 걸쳐 최정상급 선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바로 1억 달러 계약이다. 올시즌이 끝나면 원소속팀인 신시내티를 비롯해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카고 컵스 등이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추신수에게 러브콜을 보낼 구단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