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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김성오, 가장 불쌍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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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상(송승헌)은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했다. 사랑하는 서미도(신세경)를 생각하면, 사업파트너이자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던 백성주(채정안)와의 관계를 끊어야 했다. 백성주가 한태상에게 친구이상의 감정, 우정보다는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한태상 본인도 백성주의 우정을 넘은 사랑이 부담스럽지만, 서미도를 걱정하게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었기에, 결국 한태상은 백성주에게 이별을 고했다.

백성주가 눈물을 흘릴 만 했다. 오랜 우정조차도 깨질까봐, 한태상에게 사랑을 강요하진 않았다. 그저 한태상이 자신을 바라봐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한태상은 그녀의 기다림조차 불편해했고, 이제는 멈춰달라고 말한 것이다. 백성주는 우정마저 끊어버린 한태상의 결정에는 서미도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백성주는 이대로 물러설까. 자신이 상처받은 만큼, 서미도에게 갚아주려 하진 않을까. 질투의 화신으로 비춰지는 백성주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다면 한태상과 백성주만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했는가. 아니다. 서미도와 이재희(연우진)도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미도에게 한태상은 사랑이기도 하지만 우정이기도 하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한태상을 사랑하긴 하나, 그 사랑속엔 지금껏 물질적으로 자신을 도와준 한태상에 대한 고마움과 의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서미도에게 이재희는 아직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깝다. 물론 괌에서 잠시 이재희에게 사랑을 느끼긴 했지만, 한태상과 연인이 되기 전에 일이고, 지금은 자신의 꿈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친구라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이재희도 그럴까. 이재희는 서미도를 여전히 사랑한다. 단지 서미도의 애인이 한태상이란 사실때문에,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한태상은 자신의 유학비용을 책임졌던 은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형 이창희(김성오)와 한태상은 친형제와 다를 바 없는 돈독한 우애를 과시한다. 그래서 갈등하고있다. 마치 서미도가 '꿈'을 찾아 런던으로 떠나느냐, '한태상'의 청혼을 받아들이느냐를 놓고 갈등하듯이, 이재희는 서미도와 한태상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때문에 서미도에게 꿈을 찾아 떠나라고 강하게 응원하는지도 모른다. 이재희 본인이 한태상이란 현실을 벗어나 서미도라는 꿈을 성취하고 싶은 것처럼.

이렇듯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때'에서 한태상-백성주-서미도-이재희 네사람은 사랑과 우정사이로 얽혀있다. 지금껏 '남사'가 보여준 것은, 그들이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한태상이 백성주와의 우정을 깨버렸다. 남녀사이에 사랑과 우정은 공존할 수 없음을 말하듯이. 덕분에 한태상은 서미도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사랑과 꿈사이에 하나를 택하라고. 동시에 어떤 다른 남자(이재희)도 가까이 하지 말라고.

즉 서미도가 한태상과 백성주의 관계를 의심하며 그에게 백성주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한 것이, 부메랑처럼 서미도 또한 이재희와의 관계를 끊어야 할 이유가 돼버린다. 사랑과 우정이 공존할 수도 있지만, 그 고리가 끊어지고 하나를 택해야 할 때 내재된 갈등은 폭발하기 마련이다. 연인인 한태상-서미도 뿐 아니라, 그들과 연결된 백성주-이재희도 선택을 강요받고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야말로 치정멜로가 가능한 관계도가 성립할 수 있는.

그리고 여기에 돌발변수가 되는 남자가 있다. 바로 이재희의 형이자, 한태상의 심복인 이창희(김성오)다. 동생 이재희에겐 모성애에 가까운 희생을 보여주고, 친형같은 한태상에겐 믿음과 충성으로 단단하다. 중간에 이창희가 있었기에, 한태상과 이재희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미도란 여자가 나타났고, 한태상과 이재희는 서미도앞에서 공존할 수 없다.

현재 이창희는 한태상이 서미도를 사랑하고 있음을 안다. 한태상이 결혼할 상대로 서미도를 생각하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이창희는 형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하루 빨리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동생 이재희가 사랑하는 여자가 서미도임을 알게 된다면, 그녀를 포기할 수 없음을 확인한다면 이창희의 심정은 어떨까. 반응은 어떨까. 겉으로 표현은 다 못해도 패닉상태에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이창희도 선택을 해야 한다. 이재희와 한태상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이창희의 선택에 따라, 누군가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과연 이창희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드라마 '남사'의 한태상-서미도-백성주-이재희는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택하기 마련이다. 우정보다는 사랑을 택할 수밖에 없는 남녀들이다. 하지만 서미도도, 백성주도 사랑하지 않는 이창희에게는 매우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남자와 남자를 두고 갈등을 겪는 이창희가 어쩌면 남사에게 가장 불행한 인물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로 인해 엄청난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에 따라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창희는 친형같은 한태상의 목숨을 구해줬을 뿐 아니라, 그에게 피해가 갈까봐 자수를 하고 교도소 수감생활을 택했다. 동생 이재희의 뒷바라지를 하며 헌신해왔으면서도, 자신이 동생에게 피해를 줄까 늘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 이창희에게 가혹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남사의 최대변수가 될 수 있는 불쌍한 남자 이창희의 선택은 누구를 향할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