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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 상대=이천수 선발' 김봉길 감독 숨은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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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32·인천)는 올시즌 총 6경기에 출전했다. 선발 출전은 3차례다.

우연의 일치일까. 자신이 몸담았던 친정팀을 상대로 모두 풀타임 활약했다. '친정팀 상대=이천수 선발' 공식이 수원전에도 유효했다. 이천수는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0대1로 패하며 인천의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이천수는 3경기째 풀타임을 뛰며 1년여 그라운드를 떠났던 공백마저 말끔히 지웠다.

이천수의 한국 무대 복귀는 지난 3월 31일 대전전을 통해 이뤄졌다. 2009년 6월20일 전북전 이후 1381일만이었다. 1년 넘게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그는 당초 5월 초 복귀를 목표로 잡았다. 대전전 출전으로 복귀 시점은 1개월 이상 앞당겨졌다. 4월 16일 안방에서 열린 전남전 선발 출전도 예상 밖이었다. 90분을 뛸 체력이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는 자신을 임의탈퇴시켰던 전남이었다. 그러나 김봉길 인천 감독은 전남을 상대로 이천수가 마음껏 뛸 수 있도록 90분간 그라운드를 내줬다. 이후 프로 데뷔팀인 울산전에서 90분을 소화한 그는 동료들과의 싸움으로 첫 번째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던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풀타임 활약했다.

울산과는 좋은 추억이 많다고 하더라도 전남과 수원의 옛 동료들을 상대하기는 분명 껄끄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왜 전남→울산→수원으로 이어지는 친정 더비에 이천수를 선발 출전시키는 '정면승부'를 택했을까.

김 감독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수원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이천수를 친정팀을 상대로 선발 출전시키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봐서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안다. 친정팀을 상대로 경기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반대로 친정팀 팬들에게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강하게 생긴다. 천수도 전남 울산 수원전 출전을 원했다. 이런 심리적인 부분을 이용해 더 나은 경기력을 끌어내고 싶었다." 껄끄럽다고 피할 순 없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정면돌파를 시도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기를 꿈꾸는 제자를 향한 배려의 의미도 있다. 이천수는 전남과 수원 팬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했다. 방법은 그라운드에 돌아온 '선수 이천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뛰고 또 뛰었다. 전남전에서는 75분을 뛴 뒤 쥐가 났지만 이를 악물었다. 또 전남 울산 수원전을 마친 뒤 서포터즈에게 다가가 직접 인사를 했다. 전남과 수원의 서포터즈는 경기 중 이천수에게 야유를 쏟아냈어도 경기를 마친 뒤 인사를 하는 그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그라운드에서 직접 사죄를 할 기회를 준 김 감독의 배려가 있기에 이천수는 마음의 짐을 조금 덜 수 있게 됐다.

친정팀을 상대로 한 세 차례 풀타임 출전으로 이천수는 숨통까지 트였다. 김 감독은 "천수의 몸상태가 95%까지 올라왔다. 천수가 풀타임을 뛰면서 팀 공격에 템포 조절이 가능해졌다. 공격 옵션도 늘어나게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