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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이 애매한 LG, 김용의 카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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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용의 1번 카드를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시즌 초반이다. 때문에 큰 위기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지난주 1승5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둔 LG가 힘을 내야 할 시점인 건 확실하다. 6일 기준 4위 삼성에 3.5경기 차 뒤진 5위. 따라가지 못할 큰 승차는 아니지만 이번 시즌 벌써부터 KIA-넥센-두산-삼성의 상위 4개팀 체제가 일찌감치 굳어지는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상위팀들의 객관적 전력이 LG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의 간격을 더욱 벌려준다면 LG는 앞으로 상위팀들을 따라잡기 더욱 힘들어진다.

때문에 김기태 감독의 고민도 많다. 불확실한 전력을 가지고 더 나은 팀들과의 경쟁을 하려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타선에 대한 고민도 그 중 하나다. 특히, 1번 타순이 가장 문제다. 물론, 오지환이 중장거리 1번타자로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최종구상에서 오지환은 1번타자가 아니다. 김 감독은 "장타력이 있는 오지환을 중심타선 바로 밑에 두는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대형이 1번 자리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해왔다.

실험도 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대형이 경기감각을 찾자 지난 2, 3일 NC전에서 1번 자리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대형은 김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지난 주말 두산전에는 오지환이 1번 자리로 복귀했다. 하지만 공격성향이 짙고 찬스에서의 해결 능력이 있는 오지환 역시 전형적인 1번감은 아닌게 아쉽다.

그렇다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일까. 오지환, 이대형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에게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가장 괜찮아 보이는 카드는 김용의다. 이번 시즌 주로 6, 7번 타순에 나선 김용의는 6일까지 타율 3할5푼7리(70타수 25안타) 6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반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문선재와 번갈아가며 1루를 지켰다. 그래서 규정타석에 조금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이 부문 4위에 오를 성적이다. 단순히 잘 때려서가 아니다. 1번타자가 가져야할 능력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일단, 장타는 없지만 컨택트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선구안도 좋아 상대 투수들이 많은 공을 던지게 한다. 출루율도 4할1푼3리로 괜찮다. 또 하나, 매우 빠른 발을 자랑한다. 스피드로는 최고인 이대형에 가려있어 그렇지, 일반 선수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준족이다. 도루 센스도 좋고 매우 공격적이다. 6개의 도루를 시도하는 동안 1개의 도루를 실패했는데, 3일 잠실 두산전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하지만 느린 화면으로 확인했을 때 세이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좋은 타이밍에 베이스에 도달했다. 순한 성격의 김용의가 펄펄 뛰며 아쉬움을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체력도 좋다. 지난 겨울 실시된 팀 내 장거리 달리기 테스트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타석수가 늘어나도 체력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적다.

김용의 1번 카드는 단기적, 장기적 관점에서 LG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먼저, 단기적 효과. LG는 중심타자 이진영이 4일 두산전에서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3번, 내지는 5번 자리를 채워야 한다. 김용의가 1번으로 나서주면 오지환이 이진영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확실한 1번타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대형의 페이스가 하락하는 시점부터 풀리지 않은 LG의 고민이 바로 1번 자리였다.

김 감독은 3일 두산전부터 김용의를 2번 타순에 배치했다. 테이블세터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김 감독의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제 어엿한 LG의 풀타임 주전 멤버로 성장했다는 것도 암시하는 대목이다. 김용의는 2번 타순으로 나선 3경기에서 안타 4개를 때려내고 볼넷 2개를 얻어내며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3일 경기에서 3안타 2득점 1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용의 외에 컨택트 능력이 좋은 정주현도 1번타자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현재 페이스를 볼 때 김용의의 그 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