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있는 공공기관들이 판공비를 물 쓰듯이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1일 공공기관 통합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295개 공공기관장의 지난해 업무추진비 집행금액은 63억4300만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과거 판공비로 불리던 업무추진비는 공무를 처리하는 데 쓰는 비용을 뜻하며 관계기관과의 업무 협의, 간담회, 자문모임, 고객 행사 등 뿐 아니라 직원 경조사비로 사용해 왔다.
알리오 공시를 보면 같은 기간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전년보다 34조4억원 늘어난 493조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1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개별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보면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공공기관중 가장 많은 9600만원을 사용했다. 2011년 4500만원에서 113.3%나 증가한 금액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해 매출액 245억원에 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13억5500만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업무추진비는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건설근로자공제회장의 업무추진비는 7400만원과 7200만원을 기록, 2위와 3위였다.
뒤를 이어 한국산업인력공단(6900만원), 기술신용보증기금(6500만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6200만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5900만원), 한국환경공단(5600만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5300만원), 도로교통공단(5000만원) 등의 순으로 업무추진비를 썼다.
이들 기업 중 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205억44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만도 1636억7700만원에 달한다.
또한 55억3800만원의 적자를 낸 장애인고용공단은 부채가 358억5400만원에 달한다. 46억4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산업안전보건공단도 부채가 802억51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막대한 부채와 영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기관장들은 어김없이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거나 오히려 금액을 늘리는 등의 행태를 보여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부채가 많거나 적자 기업들은 방만한 경영이 이뤄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