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닥치고 공격)' 대신 '닥수(닥치고 수비)'였다.
전북 현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진출 전략이었다. 기존의 색을 버렸다. 지난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아픔을 잊기 위해 전북이 닥수를 꺼내 들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전북이 1일 중국 광저우의 톈허스타디움에서 열린 ACL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광저우 헝다와 득점없이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전북(승점10·2승4무·골득실차 +4)은 같은시각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을 1대0으로 제압한 우라와 레즈(승점10·3승1무2패·골득실차 0)와 승점 10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원칙(1승1무로 전북 우위)에 의해 조2위로 16강행 티켓을 거머 쥐었다. 광저우는 조1위(승점 11·3승2무1패)로 16강에 진출했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조심스러웠다. 승리를 한다면 좋지만 지지 않는 경기가 더 필요했다. 최소한 무승부만 거둬도 16강 진출 확정이었다. 김정우 정 혁 권경원 등 수비형 미드필더 세 명을 중앙에 배치해 중원 싸움을 펼치게 했다. 광저우의 강력한 화력을 중원에서부터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광저우 헝다도 정예 멤버를 투입해 전북을 공략했다. 외국인 선수 콘카와 무리퀴, 바리오스를 모두 선발로 내세웠다.
광저우가 경기를 지배했다. 폭우가 내리는 수중전 속에서도 광저우는 외국인 선수 세 명의 개인 능력을 앞세워 전북을 공략했다. 그러나 닥수를 앞세운 전북은 골키퍼 최은성의 선방과 수비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전북은 후반 31분 수비 뒷공간을 내주며 무리퀴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다행히 최은성의 손을 스쳐간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가 전북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실점은 곧 조별리그 탈락과 직결된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닥수를 더욱 강화했다. 후반 37분부터 추가시간까지 이규로 정인환 김신영을 차례로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열매를 맺었다. 광저우의 공세를 막아낸 전북은 0대0으로 경기를 마치며 16강 티켓을 품에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F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전북은 H조 1위를 차지한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15일 안방에서 16강 1차전을 치르게 됐다.
한편, FC서울은 같은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리람 유니아티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FC서울은 이미 E조 1위로 ACL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실험을 선택했다. 데얀 하대성 고명진 김진규 김주영 김용대 등 주축 선수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2군으로 진용을 꾸렸다.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기력에서 부리람을 지배했다. 투톱인 김현성과 정승용이 나란히 골맛을 본 것도 수확이다. 공격 옵션이 추가된 셈이다. 최 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에 이들을 활용하면 살인 일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승점 11점(3승2무1패)으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 부리람은 서울전 패배에도 16강행 막차를 탔다. 같은 시각 열린 베갈타 센다이(일본)-장쑤(중국)전에서 장쑤가 센다이에 2대1로 역전승하면서 부리람과 승점 7점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골득실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장쑤는 1차전에서 서울에 1대5로 대패한 아픔이 컸다. 부리람의 골득실은 0, 장쑤는 -5였다. 서울은 16강전에서 G조 2위를 차지한 베이징 궈안과 만난다. 홈 앤드 어웨이로 펼쳐지는 16강 1차전은 14일 베이징 홈에서 벌어진다.
상암=김성원 기자 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