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가능할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설욕전에 나선다. 무대는 스페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5월 1일(이하 한국시각) 도르트문트와 스페인 마드리드 베르나베우에서, 바르셀로나는 2일 바이에른 뮌헨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 캄프에서 2012~201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치른다. 평범한 승리로는 안된다. 1차전에서 1대4로 패한 레알 마드리드는 3대0 이상의 승리를, 0대4 대패를 당한 바르셀로나는 5골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한다. 확률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까지 유럽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4골차를 뒤집은 사례는 없었다.
4강 1차전 결과는 세계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스페인 국가 대표팀은 유로2008 결승전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 대표팀을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는 유럽의 주도권을 스페인이 쥐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1차전 결과로 다시 패권이 독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유의 피지컬과 높이에 바르셀로나식 패스축구와 레알 마드리드식 속도를 더한 분데스리가의 양웅은 현대축구의 가장 완성된 모습을 보여줬다.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력이 '운'이 아닌 '진짜 실력'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페인의 쌍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
역시 기댈 것은 '세계 최고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마법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1차전에서 명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호날두는 한골을 넣었지만, 팀의 완패를 막지못했다. 메시는 더했다. 슈팅을 한개도 날리지 못하는 등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부상의 여파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대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들의 득점력이 필수다. 그동안 보여준 초인적인 득점력을 감안한다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팬들이 기적을 꿈꾸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일단 호날두는 28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마드리드 더비'에서 뛰지 않았다. 호날두는 1차전에서 허벅지에 통증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 보호 차원에서 결장을 결정했다. 일단 4강 2차전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얼마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시는 28일 애슬레틱 빌바오와의 경기에서 후반 30분만 뛰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그의 발끝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메시는 몰아치기의 달인이다. 그는 작년 3월 16강 2차전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한경기 최다골인 5골을 성공시킨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상대는 독일의 레버쿠젠이었다. 그러나 90분 내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남아있다.
산술적으로는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스포츠는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린다.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가장 밀렸던 부분은 정신력이었다. 2차전을 앞두고는 양상이 달라졌다. 스페인의 두 거인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축구팬들을 흥분시킬 또 다른 기적의 드라마가 펼쳐질지.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