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는 없는걸까?'
막내구단 NC 다이노스가 또 다시 연패의 늪에 빠졌다. 28일 두산에 1대3으로 패했다. 어느새 9연패다.
NC는 개막전부터 7연패에 몰렸다가 지난 11일 LG를 꺾고 창단 첫 승을 거둔 뒤 13~14일에 SK에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탔다. 하지만 이후 13연패 중이던 한화에 3연패를 당한 게 뼈아팠다. 현실적으로 NC 이외엔 승수를 챙기기 힘든 상황에서 한화가 투수를 총동원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한화가 잘했다기 보다는 NC가 자멸했다고 할 수 있다.
한화를 상대로 승리를 노려볼만 했지만 고질적인 수비 실책과 주루 미스가 발목을 잡았다. 이후 넥센과 KIA, 두산 등 상위팀을 연달아 만났으니 좀처럼 승수를 챙기기 어려웠다. 우려했던대로 NC는 한화와 더불어 '승수 챙기기'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28일 현재 3승1무17패로 승률 1할5푼. 벌써부터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한 1할8푼8리(15승65패) 이후 처음으로 1할대 승률에 머물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NC의 부진은 시즌 초반 프로야구 흥행 부진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NC에게 과연 해법은 없는 것일까?
▶어이없는 수비와 주루 미스, 맥을 끊다
NC 김경문 감독은 최근 기자에게 "그동안 꽤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1군의 벽은 높다"고 말했다. 2군에 한 해 더 머물기보다는 하루빨리 1군에서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이 낫다는 논리로 당초 예정됐던 2014년 1군 진입 일정을 1년 앞당긴 것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일단 가장 큰 적은 상대팀이 아닌 내부에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어이없는 실책이 문제다. 한화와의 3연전만 보더라도 그렇다. 2루수 차화준은 3경기에서 모두 실책을 했다. 실책은 어김없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공교롭게 NC는 모두 선취점을 냈지만, 실책에서 비롯된 실점이 발목을 잡았다.
28일까지 21경기에서 27개의 실책이 나왔다. 경기당 무려 1.28개이다. NC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팀이 LG의 19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기록되지 않는 실수까지 감안한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가장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넥센은 20경기에서 6개에 그쳤다.
엉뚱한 주루 미스도 자주 나온다. 도루를 하다 아웃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견제사 혹은 판단 잘못으로 인해 공격의 맥을 끊기 일쑤다.
▶투타 모두 믿음을 못 준다
21경기를 하면서 영봉패는 2경기에 불과하다. 팀 타율은 2할3푼8리로 한화와 더불어 최하위권이지만, 팀 득점은 한화보다 많다. 부족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상대팀 에이스가 나온다고 해서 결코 주눅들지는 않는다. 이상호 마낙길 조평호 등이 번갈아가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다만 이호준 권희동 등 중심 타선이 2할대 초반에 머물며 상대팀에 이렇다 할 위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타선보다는 마운드가 아쉽다. '에이스(ACE) 트리오'라 불리며 큰 기대를 모았던 아담, 찰리, 에릭 등 외국인 투수 3명이 아직 마수걸이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수비 불안으로 인해 아쉽게 승리를 놓친 경우도 있지만, 그나마 가장 나은 찰리의 평균자책점이 4.66에 이를 정도로 많은 구위가 좋지 않았다.
아담은 견제 동작에서 2개의 보크를 했고, 에릭은 이중 키킥 동작을 지적받는 등 아직 한국 야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에릭은 세트 포지션에서의 퀵모션이 1.5초대로 지나치게 느려 지난 24일 KIA전에서 무려 6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김 감독은 에릭에게 이를 교정하라고 2군으로 내린 상태.
1~3선발이 힘을 못 내는 가운데 그나마 이재학 이태양 등 국내파들이 승수를 챙기고 있지만, 이태양은 기복이 심하다. 반면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불펜진의 경우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안정감이 붙고 있다. 하지만 지석훈과 박정준 등 즉시 전력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불펜의 중심을 잡아주던 송신영을 넥센으로 보냈고, 노장 이승호가 여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며, 마무리 김진성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타격이나 투수진, 수비까지 어느 하나 든든한 구석이 없으니 승리를 따내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28일 경기 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비는 야구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실수가 다소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야간 경기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하고, 2군에선 경험하지 못한 각 구장의 특성을 파악하는데는 결국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NC는 30일부터 창단 후 첫 승의 제물이 됐던 LG와 만난 뒤 4일간의 휴식에 휴식에 들어간다. 현재로선 재정비를 위한 '쉼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선발 투수진의 순서를 재구성하고, 수비 훈련에 치중할 예정이다.
또 다음달이 되면 핵심 전력들이 속속 복귀한다.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할 나성범이 재활훈련을 끝내고 28일 2군 경찰청전에서 첫 출전했다. 나성범은 5월 중순 팀 합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2군 남부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나성범은 비록 1군에서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호타준족을 자랑하며 NC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힌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나성범이 합류한다면 NC의 타선은 훨씬 짜임새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송신영을 대신해 불펜에서 싸우는 역할을 해줄 이성민이 다음달 초 1군으로 돌아오고, 우여곡절 끝에 NC 유니폼을 입은 손민한도 지난 26일 2군 경기에 첫 등판했다. 김 감독은 "이성민은 불펜의 핵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리고 손민한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투수진에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C는 과연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