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재 팀 타율 2할7푼으로 4위. 출루율도 3할52리로 4위. 팀 평균자책점은 4.68으로 9개 구단 중 7위다. 신생팀 NC 다이노스, 마운드가 무너진 한화에도 겨우 앞선다.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는 강력한 우승후보 꼽히는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와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 올해 1군 무대에 합류한 NC와 함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이 히어로즈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전반기에도 신바람을 냈다. 한동안 1위를 달렸고, 3위로 전반기를 마감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후반기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고, 뒷심이 떨어지면서 추락해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대다수 야구인들은 2013년 히어로즈가 2012년 히어로즈보다 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주축 선수는 지난해와 비슷하다. 그런데 어떤 요인이 히어로즈를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아무래도 지난해 말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에서 히어로즈 강세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염 감독은 세 가지 요인을 들었다.
▶세밀한 야구가 통했다
야구는 단체종목이면서 멘탈이 중요한 게임이다. 화끈한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미묘한 흐름에서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염 감독은 꼼꼼한 플레이, 영리한 경기 운영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우리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염 감독은 뜬구룸 잡는 식으로 선수들에게 주문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른 수비 포메이션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를테면 무사 1,2루에서 어떤 식으로 번트를 대야하는 지를 가정해 번트 훈련을 시킨다. 그는 수비 포메이션에 관한 메뉴얼까지 직접 만들어 선수들에게 나눠졌다.
올시즌 히어로즈는 팀 수비 실책이 6개에 불과하다. 20경기를 치렀으니 게임당 0.33개 꼴이다. 물론, 9개 구단 최소 기록이다. 27일 현재 26개를 기록한 NC의 4분의 1 수준이다.
염 감독은 "사실 선수들은 타격훈련을 안 시켜도 스스로 알아서 하지만, 수비와 주루 훈련은 다르다. 재미가 없기 때문에 등한시하게 되는 데, 우리 팀은 타격보다 이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교한 분석을 강조하면서도 기본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팀의 진짜 힘은 화려함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가 지금 갖고 있는 전력의 80% 수준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집중력, 자신감을 키웠다
올시즌 히어로즈가 거둔 13승(7패) 중 6승이 선취점을 내주고 끌려가다가 경기를 뒤집은 역전승이다.
염 감독은 "지난해에는 리드를 내주거나 경기 중간에 뒤집어 지면 쉽게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졌고, 자신감이 결여됐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선수들에게 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라는 강조한다"고 말했다.
2008년 출범한 히어로즈는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자원이 부족했다. 구단 지원도 풍족한 편이 아니었다. 팀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선수나 지도자 모두 성적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었다. 당연히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러나 이제 사황이 많이 달라졌다.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영입과 유망주 육성을 통해 투타의 짜임새가 생겼고, 연봉 인상을 통한 동기부여도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진취적인 지도자, 야구를 아는 프런트가 팀을 이끌고 있다.
염 감독은 "우리가 힘들면 상대팀 선수들도 힘들다. 우리가 긴장하면 상대도 마찬가지다. 괜히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이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목동구장 3루쪽 히어로즈 덕아웃 벽에는 '최고의 적은 두려움이다'같은 세가지 종류의 문구가 적혀 있다.
▶진정성이 통했다
올시즌 이성열은 홈런을 때리고 덕아웃에 들어올 때마다 염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는다. 대신 염 감독의 가슴을 손으로 툭 건드리고 덕아웃에 들어간다. 이성열은 "내게 기회를 준 감독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고 했다.
염 감독이 주전 우익수에 6번으로 낙점했던 유한준은 개막전부터 10경기 넘게 타율이 1할대 초반을 맴돌았다. 하위타선의 리더, 키 플레이어 역할을 기대했는데, 유한준 타석에서 공격의 맥이 끊기곤 했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성열과 함께 강한 하위타선에 큰 기대를 걸었던 히어로즈다.
그런데 유한준의 부진이 계속될 때도 염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고 유한준을 꾸준히 기용했다. 누구보다 유한준을 잘 알기에 조금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최근 5경기에서 15타수 9안타, 타율 6할3푼7리를 기록했다. 홈런 2개에 8타점을 쏟아냈고, 볼넷 6개를 얻어내며 공격의 첨병 역할을 했다.
염 감독은 "중간에 쉬게 한 경기가 있는데, 질책차원에서 결정한 게 아니라 더 잘 되게 하려고 준 휴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는 상황에 따라 선수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도 하고, 때로운 무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염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다. 그는 "선수가 잘 못을 하면 상대가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슬쩍 넘어가면 늘 그 자리에 맴돌 수밖에 없다. 질책을 하더라도 진정성을 갖고,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팀과 선수 개인을 위한 것이라는 걸 진정성 있게 전달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도 고비는 있다
아무리 팀 분위기가 좋더라도 페넌트레이스 128경기를 하다보면 고비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염 감독은 강팀의 경우 1~2번, 히어로즈같은 팀은 5번 정도 터닝포인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염 감독은 "연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연승을 해도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하고, 방심을 경계해야 한다. 연패를 하더라도 조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주 6연승을 하는 동안 프런트나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연승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후반기에 무너졌던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런 부분을 걱정한다. 그러나 염 감독은 "지난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내가 무능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45세 사령탑 1년차 염 감독의 낮은 음성에 자신감이 묻어 났다. 그는 4일 휴식후 벌어지는 대구 삼성전이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라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