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개막한 2013시즌 프로야구가 딱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9개팀은 한 번씩(2~3연전) 돌아가면서 맞대결했다. 팀당 20~21경기씩 했다. 동계훈련을 통해 갈고닦은 전력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팀당 100여 경기씩 남았다. 달려온 길 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다. 하지만 지난 한 달을 통해 올시즌의 트렌드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신생팀 NC, 승률 3할 이상 어렵다
첫째는 승률의 반란이다. 시즌 전 야구팬들은 두 가지를 궁금해했다. 9구단 NC가 첫 1군 무대에서 승률 3할을 넘어설 지와 4강을 위한 마지노선이 어디일지였다. 뚜껑을 열고 한 달을 해본 결과, NC의 승률은 1할5푼이다. 21경기를 해 3승17패1무. LG에 한 번, SK에 두 번 승리했다. SK전 2연승으로 신바람을 내는 것 같았지만 한화에 스윕(3연패)를 당한 이후 다시 연패에 빠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즌 전 NC의 전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NC는 프로팀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최다 실책(27개)을 기록했다. 넥센(6실책) 보다 4배 이상 실책이 많았다.
NC가 호된 신고식을 치른 만큼 앞으로 선전할 수도 있다. 1군에 적응이 되면 승률이 지금 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져도 승률 3할벽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NC와 8위 한화(승률 2할)는 이제 다른 7개팀이 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서 4강에 진출하는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이 예년 보다 올라갈 수 있다. 현재 기준에서 4강 커트라인은 공동 3위 삼성 넥센이다. 둘의 승률이 6할5푼이다. 그 밑에 LG(승률 5할7푼1리) 롯데(4할7푼4리), SK(4할5푼)가 있다. NC와 한화가 나머지 7개팀에 먹잇감 노릇만 해준다면 지금과 같은 승률 인플레이션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승률 5할대 초반에 머물렀던 4강 커트라인이 최소 5할대 중반, 최고 6할대 초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 2009년 롯데의 경우 승률 4할9푼6리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4할대 후반 승률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즌 전망대로 우승 후보로 꼽힌 삼성 KIA 두산이 탄탄한 전력을 입증했다. 넥센도 4강 다크호스임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4강팀 중에는 롯데와 SK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롯데는 홍성흔(두산) 김주찬(KIA) FA 이적 공백이 컸다. SK도 정우람(상무) 박희수(부상) 공백으로 불펜이 약화해지면서 고전했다.
▶하향 평준화, 우려가 현실로
NC가 처음으로 1군에 참가하면서 기존 팀들과 전력차가 날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하지만 그 간격이 생각 보다 컸다. 게다가 한화 마저 NC와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가 이 정도까지 망가질 걸 예상하지는 못했다.
9개팀 중 2팀의 기본 전력이 떨어지면 리그 수준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NC와 한화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보약'으로 불린다. 다른 7개팀이 치고박고 싸우다가 NC와 한화를 만나 연승하고 원기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약체로 낙인이 찍히면 승부에 긴장감이 떨어지게 된다.
또 경기 시간을 늘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4사구가 너무 많다. 지난해 가장 많은 4사구를 기록한 건 넥센으로 이닝당 0.52개였다. 하지만 올해 한화는 한 달 동안 121개, 이닝별로 0.65개를 내줬다. 이닝별 0.13개 증가는 시즌 전체로 따질 경우 엄청난 수치다. 약 130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4사구가 많아지면 또 비례해 투수 교체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경기 시간이 늘어나면 야구팬들에게 지루함을 줄 뿐이다.
실책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경기당 최다 실책은 LG로 0.72개였다. 올해는 NC로 1.29개다. 지난해 최소 실책을 했던 SK(63개)는 올해 벌써 18개로 수비에 구멍이 뚫렸다. 예년 보다 1주일 정도 빨리 시즌을 시작했고, 차가운 날씨 등을 감안하더라도 경기력이 예상 외로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구장에 팬들이 줄었어요
야구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길이 확 줄었다. 총 92경기를 치른 현재 전체 누적 관중은 95만5617명이다. 경기당 평균 1만387명이다.
최초로 관중 700만명 시대를 열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열기가 많이 식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관중은 1만3451명이었다. 또 역대 최소 경기인 65경기 만에 누적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올해는 92경기를 했는데도 아직 100만을 넘지 못했다.
야구팬들은 볼거리가 줄었다고 아우성을 친다. 지난해에는 박찬호(은퇴) 류현진(LA 다저스)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초반은 상황이 다르다. 박찬호는 은퇴했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KIA 에이스 윤석민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1군에 아직 올라오지도 못했다. SK 좌완 김광현도 예전 같은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했던 1,2,3 선발 투수들이 모두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인 추신수(신시내티)와 이대호(오릭스)는 미국과 일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일본 야구 처럼 고졸 루키들이 새롭게 등장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야구가 좋아도 하루에 두 경기 이상 집중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오전에 메이저리그를 보고, 오후에 국내 야구를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내야구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더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목표인 관중 750만 돌파는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