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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잃어버린 세월' 되찾다, '최고 못된 놈'이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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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25)이 열고, 데얀(32)이 마침표를 찍었다.

8분의 기적, 대역전극이었다. 펠레스코어로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은 살아있었다. 서울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9라운드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0-2로 뒤지다 후반 34분부터 8분간 3골을 몰아치며 3대2로 역전승을 거뒀다.

고요한이 빗장을 풀었다. 서울은 경기 초반부터 꼬였다. 경기 시작 6분 만에 패트릭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기다린 것은 통한의 자책골이었다. 후반 38분 아디의 왼발을 떠난 볼은 서울의 골망에 꽂혔다. 암울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하프타임에 승부수를 띄웠다. 로테이션으로 쉬게 한 고요한을 긴급 투입했다. 고요한, 이름 석자는 최 감독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청용의 동기로 2004년 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10년가까이 미완의 대기로 남았다. 최 감독은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고요한에게 채찍을 가했다.

지난해부터 축구에 눈을 떴다. 그는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빠른 스피드에 상대는 속수무책이었다. 고요한은 38경기에 출전, 1골-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그러나 아픔은 있었다.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데얀과 최 감독이 MVP(최우수선수)와 감독상을 수상했다. 서울은 베스트 11 중 5자리를 휩쓸었다. 그러나 고요한은 후보에 오른 서울 선수 중 유일하게 수상에 실패했다. 베스트 11 오른쪽 윙백 후보로 올랐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김창수(당시 부산)에게 밀렸다. 김창수가 44표, 고요한은 33표를 득표했다. 김창수는 런던올림픽 출전과 부상으로 고요한에 K-리그 기록(26경기 출전, 2골)에서 뒤졌지만 '동메달 프리미엄'으로 수상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 고요한은 가장 먼저 쓸쓸히 자리를 떠났다.

올해 다시 변화가 있었다. 오른쪽 윙백에 차두리가 가세하면서 공중에 떴다. 그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다시 이동했다. 더 이상 시련은 없었다. 고요한은 20일 대구전(4대0 승)에서 마수걸이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에 클래식 첫 승을 선물했다. 강원전에서는 후반 34분 빗장을 풀었다. 6분 뒤에는 그림같은 발리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 감독은 고요한은 떠올리면 입버릇처럼 "정말 최고 못된 놈"이라고 평가한다. '못된 놈'은 '영악하다'식의 최 감독 표현이다. 애정은 각별하다. "축구 지능만큼은 K-리그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한다." 최 감독의 믿음에 화끈하게 화답했다. 고요한은 데얀의 결승골가지 어시스트하면 2골-1도움을 기록했다.

데얀도 이날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전반 16분 골대를 맞힌 그는 수차례의 찬스를 허공으로 날렸다. 후반 42분 결국 고요한의 패스를 결승골로 연결했다. 데얀은 시즌 6호골을 터트리면 득점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서울은 고요한과 데얀의 활약으로 클래식 2연승을 달렸다. 24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장쑤(2대0 승)전을 포함하면 3연승이다. K-리그 4팀 중 가장 먼저 ACL 16강에 진출한 서울은 클래식에서도 완벽 부활했다. 9라운드는 무승부가 홍수를 이룬 가운데 유일하게 승점 3점을 챙겼다. 2승4무3패를 기록하며 승점 10점을 찍었다. 1위 포항(승점 19)과의 승점 차는 9점으로 줄었다.

"지난해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어떻게 도망가는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올해는 차분한 마음으로 어떻게 쫓아가는지를 보여주겠다." 최 감독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