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끈질긴 뒷심을 발휘하며 롯데에 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2연패를 탈출했다.
LG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3-4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 1, 3루 때 이진영이 좌중간 외야를 가르는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친 덕분에 결국 5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LG는 2연패를 탈출했다.
이날 LG는 또 실책 3개를 저지르며 힘겨운 경기를 이어갔다. 특히 2-3으로 따라붙은 7회초 2사 2루에서 1점을 헌납하는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LG 투수 이동현이 롯데 전준우가 친 땅볼 타구를 잡아 1루에 악송구하면서 타자주자를 2루까지 보낸 것. 그 사이 2루 주자 손아섭은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롯데가 4-2로 달아나는 순간.
그러나 LG의 뒷심은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올 시즌 부쩍 허약해진 롯데 불펜의 약점을 노려 끝내 역전 끝내기를 연출했다.
2-4로 뒤진 9회말 LG의 마지막 공격. 롯데는 최근 불펜에서 그나마 가장 구위가 좋은 김성배를 마무리로 올렸다. 김성배는 선두타자 김용의를 2루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하면서 승리를 지키는 듯 했다. 그러나 올 시즌 LG에 새로 합류한 손주인이 변수를 만들었다. 이날 전까지 1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있던 손주인은 김성배의 3구째를 가볍게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작은 실마리를 발견한 LG는 대타 물량공세를 시작했다. 첫 번째 카드는 발빠른 이대형. 그러나 이대형은 김성배에게 4구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2아웃이 되며 역전의 불씨가 다시 꺼지는 듯하던 순간. 그래도 LG 김기태 감독은 대타 작전을 다시 구사하는 뚝심을 보였다. 이번에는 성공이었다. 대타 양영동이 좌전 안타를 치면서 2사 1, 3루의 기회가 만들어졌다.
이어 타석에는 5회 솔로홈런을 기록했던 오지환이 나왔다.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오지환은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를 가볍게 받아쳤다. 2루수 왼쪽으로 깊은 땅볼 타구. 롯데 2루수 문규현은 백핸드로 타구를 잡으려 했으나 예상보다 타구의 바운드 궤적이 예상보다 빠르고 낮아 잡지 못했다. 결국 3루주자 손주인이 홈을 밟아 3-4가 됐다.
그리고 상황은 계속해서 2사 1, 3루. 오지환의 적시타로 분위기가 확연히 LG쪽으로 넘어갔다. 급해진 롯데 김시진 감독은 김성배를 내리고 좌완투수 강영식을 올렸다. 비록 타석에 들어선 LG타자가 좌타자 이진영이었지만, 믿을 카드는 강영식뿐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노련한 이진영은 초구 볼을 거른 뒤 2구째로 들어온 직구를 힘껏 밀어쳐 좌중간 외야를 갈랐다. 타구는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져 펜스까지 굴러갔다. 3루주자 양영동은 쉽게 홈을 밟았고, 발 빠른 1루주자 오지환 역시 어렵지 않게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은 뒤 양영동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올시즌 6번째이자 통산 833번째, 그리고 이진영 개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기록하는 끝내기타였다. 이날 끝내기 2루타로 팀을 구한 이진영은 "요즘 타격감은 괜찮은데, 야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가 많았다. 그래서 마지막 타석 때 일부러 장타를 노리고 직구를 받아쳤다"면서 "오늘 어려운 경기였는데 결승타를 쳐내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김기태 감독 역시 "팬들이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값진 승리를 했다. 오늘의 우리 선수들 모습이 달라진 LG의 모습이다. 선수들 모두 수고많았다"며 벅찬 감격을 전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