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가 출루율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타자중 유일하게 5할대인 5할3푼4리의 출루율을 기록중이다. 올시즌 톱타자로 변신한 추신수는 신시내티 공격의 첨병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추신수가 압도적인 수치로 출루율 선두를 질주한다는 사실에서 놀라운 것은 그의 타순과 관련이 있다. 톱타자가 출루율 1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3~5번 클린업트리오 타자들이 출루율 부문을 장악한다. 이날 현재 메이저리그 출루율 상위 10명 가운데 톱타자는 추신수 하나 뿐이다. 조이 보토(신시내티), 랜스 버크만(텍사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데이비드 라이트(뉴욕 메츠),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 등 다른 선수들은 모두 3~5번 타순에 포진하는 거포들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어떤 선수들이 출루율 부문을 석권하고 있을까. 이날 현재 출루율 1위는 KIA 나지완으로 4할9푼2리를 기록중이다. 2위는 삼성 박한이(0.484), 3위는 롯데 손아섭(0.458)이 지키고 있다. 출루율 톱10중 1번타자는 두산 이종욱(0.444)과 삼성 배영섭(0.441), LG 오지환(0.437) 등 3명이다. 그래도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톱타자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출루율 타이틀은 거포들의 전유물이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82년 프로 출범 이후 출루율 1위는 백인천 장효조 김성래 한대화 김기태 양준혁 이종범 장종훈 홍현우 이승엽 장성호 심정수 김민재 김동주 김현수 이대호 김태균, 호세, 브룸바, 페타지니 등 대부분 중심타선에서 활약했던 타자들이다. 2005년 SK 김민재의 경우 전반기에는 톱타자로 나섰으나, 후반기에는 주로 하위타선에서 활약해 풀타임 톱타자로 보기는 어렵다. 톱타자로 출루율 타이틀을 거머쥔 유일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해태 이종범이다. 94년 4할5푼2리의 출루율로 내로라하는 거포들을 제쳤다. 그해 이종범은 타격(0.393), 최다안타(196개), 도루(84개), 득점(113개) 타이틀까지 차지하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대부분의 타이틀 홀더들은 거포였다. 거포들의 출루율이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타격 실력이 뛰어난데다 상대 투수들이 소극적인 투구를 하는 경향이 짙어 볼넷을 많이 얻기 때문이다. 출루율은 안타와 4사구의 합을 타수, 4사구, 희생플라이의 합으로 나눠 계산한다. 볼넷은 출루율 계산에 있어 아주 중요한 변수다. 일반적으로 톱타자들보다 거포들이 볼넷을 많이 얻는다.
이 점에서 추신수가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메이저리그 출루율 1위 선수들을 보면 조 마우어(미네소타), 미구엘 카브레라(디트로이트), 조이 보토, 치퍼 존스(애틀랜타) 등 하나같이 중심타자들이었다. 추신수가 이들 못지 않은 타격 실력에 뛰어난 선구안과 장타력으로 발군의 출루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편, 추신수는 26일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올시즌 22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신시내티는 1대8로 패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