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몬스터' 류현진이 데뷔 후 최고의 역투를 펼쳤다. 시즌 3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팀은 소중한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LA다저스의 류현진이 26일(한국시각)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이닝, 최다 투구다. 기존엔 6⅓이닝(3일 샌프란시스코전, 8일 피츠버그전)이 최다이닝이었고, 14일 애리조나전의 107개가 최다 투구수였다.
7회까지 투구수는 109개. 탈삼진은 8개나 잡아냈다. 3안타 3볼넷을 허용하고, 1실점했다. 6회 실점은 포수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류현진은 8회초 타석에서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대신 평균자책점은 4.01에서 3.41까지 낮췄다.
다섯번째 선발등판에서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하면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가치가 떨어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대신 이닝소화력을 보다 강조한 지표다.
팀은 3대2로 신승을 거뒀다. 1-1 동점이던 9회초 1사 1,3루서 안드레 이디어의 중전 적시타와 계속된 1,3루 찬스서 후안 유리베의 내야안타까지 나오며 2점을 냈다. 9회말 마무리 브랜든 리그가 선두타자 아이크 데이비스에게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추가실점 없이 승리를 지켰다.
1회초 맷 켐프가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려줘서일까. 류현진의 출발은 산뜻했다. 지난 21일 볼티모어전과는 달리 어깨가 가벼워 보였다. 1회와 2회, 삼자범퇴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1회 세 타자 모두 초구에 86~91마일(138~146㎞)짜리 직구를 선택했다. 2번 댄 머피를 제외하곤, 1회엔 결정구가 직구였다. 상대타자 몸쪽으로 자신 있게 직구를 꽂아 넣었다.
선두타자 루벤 테하다는 3루수 땅볼, 좌타자 댄 머피는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메츠 타선의 경계대상 1호인 데이빗 라이트는 몸쪽 직구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총 18개의 공 중 직구가 13개나 됐다. 변화구는 보여주는 수준에 그쳤다. 직구로 감을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2회엔 좌타자 두 명을 상대해서인지 슬라이더가 주효했다. 단 7개의 공으로 세 타자를 막아내며 투구수를 절약했다. 이번엔 세 타자 모두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4번타자 루카스 두다에게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던져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우타자 말론 버드는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우익수 플라이 아웃시켰다. 다시 좌타자 이케 데이비스에게 슬라이더를 꺼내들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체크스윙이 됐고, 타구는 힘없이 류현진 앞으로 굴러갔다. 류현진은 직접 타구를 처리하며 깔끔하게 2회를 마쳤다.
3회엔 수비 실책으로 위기가 왔지만, 잘 넘겼다. 선두타자 앤서니 렉커는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콜린 카우길 역시 체인지업으로 요리하나 싶었지만, 유격수 저스틴 셀러스가 포구해내지 못하며 실책으로 출루시켰다. 이날 경기 첫 출루였다.
타석에 들어선 투수 제레미 헤프너는 희생번트를 실패하며 스리번트 아웃됐다. 다시 1번타자 테하다를 상대한 류현진은 몸쪽으로 직구를 던져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첫 출루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4회엔 초구 슬라이더로 선두타자 머피를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하지만 라이트를 만나 연속해서 볼 4개를 던져 볼넷을 허용했다. 4번타자 두다에게 바깥쪽 직구를 잘 꽂아넣나 싶었지만, 빗맞은 안타가 돼 1,2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타자 버드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 낮게 제구된 직구로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고, 다저스 3루수 유리베가 침착하게 3루를 밟은 뒤 1루로 송구해 버드를 잡아냈다.
5회 첫 타자 데이비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백미였다. 슬라이더로 쉽게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 볼 3개를 허용해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류현진은 다시 한 번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선택했고, 데이비스는 어정쩡하게 헛스윙하며 삼진 아웃됐다.
렉커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첫 타석에서 실책으로 출루시켰던 카우길을 볼넷으로 다시 한 번 출루시켰다. 하지만 투수 헤프너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5회를 마쳤다.
6회엔 아쉽게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류현진의 호투에도 다저스 타선은 1회 선취점 이후 6회까지 침묵했다. 류현진은 6회 시작과 함께 테하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처음으로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포수가 지나치게 유인구를 고집해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댄 머피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들어가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2루 위기. 류현진은 라이트를 상대하다 폭투까지 범해 1,3루 위기를 맞았다. 라이트는 바깥쪽 직구를 잘 받아쳐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잘 던지던 류현진은 한 차례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동점이었다.
류현진은 두다를 바깥쪽 슬라이더로 삼진으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를 2개로 늘렸다. 버드에게 3루수 키를 넘기는 좌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데이비스를 파울팁 삼진으로 잡아내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7회엔 렉커를 4구 만에 삼진으로 요리했고, 카우길은 3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대타 후안 라가레스는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았다. 7회말까지 던진 류현진은 8회 타석에서 대타 제리 헤어스톤 주니어로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 차례 온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와의 호흡에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분명 잘 던졌따. 시즌 3승에 실패했지만, 팀의 메츠전 위닝시리즈(2승1패)를 이끈 역투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