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전 혈투, 그 승자는?'
전날까지 1위를 질주중인 KIA와 최하위 NC가 1군 정규시즌에서 처음으로 맞붙는 24일 창원 마산구장.
사실 이 경기의 관심사는 한창 불붙은 KIA의 타선이 지속될지의 여부였다. 여기에 KIA는 에이스 소사까지 투입했으니, 승패는 애초부터 한쪽으로 기운듯 보였다.
하지만 승리를 당연시 여긴 KIA의 방심이었을까, 아니면 어차피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NC의 오기 때문이었을까. 경기는 의외로 끝까지 팽팽하게 진행됐다.
게다가 선취점의 주인공은 NC였다. NC는 1회 톱타자 김종호가 볼넷, 그리고 지석훈의 안타와 KIA 우익수 김상현의 송구 실책으로 만들어진 1사 2,3루에서 이호준의 유격수 땅볼로 첫 득점을 올렸다. KIA가 2회 차일목의 희생플라이로 바로 따라갔지만, NC는 3회 김종호의 안타에 이은 지석훈과 이호준의 2루타 2개를 묶어 2점을 더 달아났다.
이어 4회 이상호의 볼넷과 노진혁, 김태군의 안타를 묶어 무사 만루가 되자 결국 이 때부터 KIA의 투수 물량공세가 시작됐다. 소사를 내리고 좌완 박경태를 올려 톱타자 김종호를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처리한 후 박준표를 올려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후 5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임준섭은 5명의 타자를 잘 막다가 6회 2사에서 김종호에 3루타를 허용했다. 그러자 또 다시 유동훈으로 교체, 불을 껐다. 이후 진해수와 최향남을 번갈아 올렸다. 8회 김선빈의 적시타로 5-4로 역전에 성공한 후 바로 맞은 수비에서 최향남이 2사 1,2루의 위기를 맞자 마무리 앤서니까지 투입, 또 다시 위기를 벗어났다.
NC도 맞불을 놨다. 선발 에릭이 5회 이범호에게 투런포를 맞고 4-4 동점을 허용하자 이후 고창성, 노성호, 이민호, 이승호, 김진성 등 무려 5명의 불펜 투수를 총동원하는 투수전을 펼쳤다. NC는 끝까지 물고 늘어진 보상을 받았다. 9회 2사 2루에서 조평호가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극적인 2루타를 날리며 5-5로 동점에 성공한 것.
이로 인해 경기는 연장전까지 접어들었고 KIA는 김진우 양현종 서재응 등 선발 투수 3명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불펜에 남아 있는 이대환까지 마운드에 올리며 총 9명의 투수을 투입했고, NC도 아담 찰리 이태양 이재학 등 4명의 선발을 제외하고 불펜에 남아있던 2명 가운데 최금강을 올리며 무려 7명의 투수를 썼다. 특히 좀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최금강의 경우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한동안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NC는 15명의 야수를 모두 투입하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투타 물량전의 승자는 결국 없었다. 두 팀은 12회 연장전 끝에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4시간 47분이나 걸린 혈투였지만 두 팀의 손익계산서는 달랐다. 최하위 NC전 승리를 발판으로 1위를 질주하려던 KIA는 출혈이 큰 반면 NC는 1위팀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끝까지 대거리를 하며 다음에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창원=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