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자신의 이미지가 의도했든 안 했든 바뀐 이경규는 한때 불안감에 휩싸여 슬럼프를 겪었다. 그를 그렇게 만든 것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프로그램은 <남자의 자격>과 <힐링캠프>. 이 두 프로그램은 그를 흥하게도 했고, 흥하지 않게도 한 프로그램이다.
<남자의 자격>과 <힐링캠프>에서의 이경규는 초반 공통으로 그에게 작은 영광을 가져다주게 된다. 한참 가라앉았다고 평가받던 시절을 지나 이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그는 확실히 제 페이스를 찾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프로그램도 초반 흥했다.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의 또 다른 공통점은 쇠퇴기를 겪게 했다는 점이다. <남자의 자격>은 폐지됐고, <힐링캠프>는 '변명캠프'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밋밋해진 것이 현재다. 초반 이경규의 날카로운 질문도 게스트에게 배려를 하는 순간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된 지 오래다.
이 두 프로그램 속 이경규의 매력이 빠진 것은 사실 자신이 표현하려는 것과 다른 이미지들이기에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경규가 초반 호평을 받은 것은 그가 보였던 프로그램의 이미지가 원래 자신의 모습과 비슷했기에 호평을 받았지만, 프로그램의 목표지점은 결국 힐링과 발전이라는 점에서 캐릭터도 그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기에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모습이 아닌 가면 쓴 예능의 모습이 되어야 하는 것은 이경규에게는 스트레스가 됐을 것이다.
이경규의 원래 매력이란 것은 거침없는 이미지에서 나오는 버럭거림과 순간 대처 애드리브의 장점이었는데, 변화한 프로그램의 특징은 그런 이미지와 정면 위배되는 프로그램의 성격이었다.
그래서 '남격'에서는 담배를 끊는 모습을 보이고,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려고 시도하는 모습은 그가 발전된 형태로 변화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그는 화려함보다는 스트레스를 동반한 쇠퇴기를 동시에 겪고 말았다.
이번 <화신>에서 이경규가 보인 열정적인 매력은 '힐링'이 아닌 '킬링'으로서 빛났다. 꾸준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보일 때 가장 큰 재미를 준다고 그가 이번 <화신>을 통해 보여준 면은 이경규의 가장 큰 매력 중 본 모습이었다.
이경규의 디스는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았다. 윤종신 김희선과는 끊임없이 공격을 주고받았고, 자신의 영화 출연진인 아군 유연석과 류현경까지도 필요할 땐 버럭거려 호통치는 모습은 마치 이경규의 전성기 때 본 매력을 보는 듯 느끼게 했다.
윤종신이 '혹시 김인권 씨가 첫 섭외였습니까?'로 빤히 다른 사람을 캐스팅 물망에 올려놓았던 것을 가지고 불편한 질문을 하자, 이경규는 윤종신에게 "화신도… 당신을 처음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라며 천재적인 멘트를 해 큰 웃음을 줬다.
바로 이런 식이 이경규의 참 매력이다. 매번 상대가 어이없는 질문과 답을 하면 답답함에 그 상황을 못 참고, 내지르는 이경규의 포복절도할 순간 애드리브는 지난주까지 위기로 향하던 <화신>을 단번에 제자리로 원 위치할 수 있게 했다.
<힐링캠프>에서 말해야 할 것을 최대한 필터링해서 하지 못하게 한 면은 이경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을 썩힌 면이었다. <화신>에 출연해 게스트의 입장에서 내 던지는 원래 자신의 모습은 가슴 시원한 웃음을 가져다준 장면이 됐다.
이경규의 다소 투박해도 직언과 독설로 표현되는 마음은, 가슴에 담아두는 것보다 내질러 주는 재미가 훨씬 크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화신>에서 보인 이경규의 모습은, 이경규 그 자체기에 더한 매력으로 다가온다.<김영삼 객원기자, 바람나그네(http://fmpenter.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