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즌 시작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필요한 예상 승수나 4강 예상 승률 등이 거론된다. 20~25경기를 치르고 나면 전체 판도의 윤곽이 드러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숫자를 예상하기가 다소 힘들다. 9개 구단 체제로 바뀐데다 팀당 경기수도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었기 때문이다. 일단 포스트시즌 진출 한계 순위인 4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예년보다 높은 승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4위팀들의 평균 승률은 5할9리였다. 이보다 높아질 것이란 이야기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5할5푼의 승률로도 4강에 못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페넌트레이스 우승 승률도 예년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경기수가 줄었지만, 최소한 80승 정도는 해야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80승2무51패(승률 0.602)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우승을 차지했다. 80승을 올해 페넌트레이스에 적용할 경우 무승부가 없다는 전제하에 승률은 6할2푼5리가 된다. 지난해 삼성처럼 2무를 한다면 승률은 6할3푼5리에 이른다. 김진욱 감독의 예상대로라면 승률 6할대 중반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 싸움이 전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5년간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평균 승률은 6할2푼3리였다.
이같이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4강에 필요한 승률 예상치에 대해 '인플레이션'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팀수가 많아진데다 전력 양극화 현상이 시즌 시작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한화와 NC의 전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약하다는 평가다. 한화는 마운드 난조 탓에 개막 13연패를 당했고, 신생팀 NC는 시즌 개막후 7연패를 포함해 1할대 승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한화와 NC를 상대로 위닝시리즈(3연전 2승1패 이상 기록)를 하지 못하면 순위 싸움에서 치명적이다"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반면 상위권에서는 23일 현재 KIA, 넥센, LG, 두산, 삼성 등 무려 5개팀이 6할대 이상의 승률을 마크하고 있다. KIA의 경우 11승4패, 승률 7할3푼3리로 고공비행중이다. 이러한 전력 양극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상위권 순위에서 승률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결국 하위권 팀들의 성적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최하위 팀들의 성적을 보면 평균 3할7푼3리 승률과 46~53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최하위 팀의 승률이 3할을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가 하면 연패가 장기화되는 팀들이 부쩍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시점에서 하위권 팀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중 흥행과 야구 발전과도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팀간 순위 경쟁이 치열할수록 관중은 늘어나고, 경기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전반기를 마치기도 전에 포스트시즌 진출팀 윤곽이 드러나 버리면 이후 흥행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한화와 NC의 행보에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