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염경엽, '백업포수' 허도환 주전 내보내는 사연

by

"3안타 쳤는데 안 쓸 수가 있나요. 형평성은 있어야죠."

넥센의 올시즌 주전포수는 박동원이다. 2009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19순위로 입단한 5년차 포수지만, 1군 기록은 2010년 7경기에 불과한 '초보' 포수다. 지난 2년간은 상무에서 군복무 했다.

지난해까지 주전 마스크를 썼던 허도환은 백업으로 밀렸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와 같은 보직 체계를 확립했다. 주전 박동원에 백업 허도환. 허도환은 지난해 호흡이 좋았던 외국인선수 나이트의 전담포수와, 경기 막판 투입돼 승리를 지키는 '세이브 포수' 역할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부산 롯데전부터 21일 목동 NC전까지 세 경기 연속 허도환이 주전 안방마님 자릴 꿰찼다. 이유는 무엇일까.

염경엽 감독은 "3안타 친 선수를 안 내보낼 수 있겠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허도환은 항상 호흡을 맞추는 나이트가 선발 등판했던 18일 경기서 3타수 3안타 3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팀 창단 후 최다안타인 25안타를 기록한 이날, 허도환의 3안타는 큰 힘이 됐다. 이날까지 타율 4할5푼을 기록할 정도로 허도환의 페이스는 좋았다.

염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를 떠올렸다. 그는 "그때 도환이한테 '(박)동원이를 키우겠다'고 얘기했다. 백업 역할을 맡아달라는 얘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도환이에게 지난 2년간 보여준 모습을 말했다. 나갔을 때 포수 포지션이 약해지는 부분이었다. 사실 그대로, 진정성 있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이 말한 부분은 허도환의 아쉬운 공격력이었다.

솔직히 선수에게 직접 이런 얘길 하는 게 쉽지는 않다. 선수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코칭스태프와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염 감독에겐 미래의 주전포수 박동원 육성과 함께, 허도환에게 경쟁심을 불어넣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경기에 나섰을 때, 잘 하면 언제든 상황은 뒤바뀔 수 있었다. 그에게 출전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경기 막판, 그리고 일주일에 한 경기 이상은 꼭 나섰다.

당사자인 허도환은 어땠을까.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이 동원이 얘길 하셨을 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감독님이 결정하신 부분이니 괜찮았다. 주어진 보직에 맞게 내 역할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백업이든 선발이든 맡겨주시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3안타 경기를 한 18일은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염 감독은 "도환이가 나가서 잘 하면 더 좋은 것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동원이도 이제 1군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당장 풀타임을 뛰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 허도환과 박동원, 서로가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 염 감독은 "기본적인 캐칭이나 투수 리드는 아무래도 도환이가 낫다. 동원이는 블로킹이 나아졌고, 송구 능력이 좋다"고 평했다. 둘이 가진 색깔이 다르기에 두 명을 함께 쓰는 게 더 큰 효과를 줄 수 있었다.

허도환은 21일 목동 NC전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19일 경기서 1타수 무안타 1사구로 잠시 숨고르기를 했지만, 21일엔 결승타 포함 타수 2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4할7푼8리로 치솟았다.

0-1로 뒤진 2회말 2사 1,2루서 한복판으로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힘껏 잡아당겼다.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 2루타. 넥센은 이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안타가 결승타가 됐다.

3-1로 앞선 4회엔 1사 1,2루서 바깥쪽 공을 툭 밀어쳐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진루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맞히는' 스윙이 적중했다. 만루 찬스를 이어가는 안타. 넥센은 장기영의 희생플라이와 김민우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해 승기를 잡았다. 6회엔 무사 1,2루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팀이 대거 5득점하는 데 일조했다.

경기 후 허도환은 "다행히 감은 좋다. 시합을 안 나가면 4할은 유지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이기면 늘 기분이 좋다. 투수 리드도 잘 됐고. 결승타까지 쳐서 기분 좋다. 요새는 야구가 재미있다. 동원이가 나타나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내 임무가 있을 때 잘 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