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29·수원)가 드디어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정대세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대전 시티즌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4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정대세의 해트트릭은 올시즌 클래식 1호 해트트릭이다. 정대세는 이번 해트트릭으로 수원의 최근 2경기 무승(1무1패)를 끊음과 동시에 4호골로 단숨에 득점랭킹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5골을 기록한 데얀(FC서울)이다.
대전전은 정대세에게 가능성과 해결과제를 안겨준 경기였다. 먼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북한대표팀의 주전 공격수', '재일교포', '인민루니', '분데스리거'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는 정대세는 수원 이적과 함께 클래식 최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같은 타이틀은 정대세에게 조급증을 안겼다. 움직임이 커지고, 슈팅도 힘이 잔뜩 들어가기 일쑤였다. 코칭스태프의 배려속에 휴식을 취한 정대세는 지난달 30일 전북전에서 결승골 어시스트로 K-리그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더니, 지난 6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마침내 K-리그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설명하는 듯 뜨거운 눈물 세리머니로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정대세의 100% 모습은 아니었다. 팬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시켜줘야 한다는 불필요한 동작이 많았다. 오버헤드킥 골이나 줏어먹기 골이나 모두 같은 골이다. 힘을 뺀 정대세는 대전전에서 '골잡이'의 면모를 과시했다. 전반 17분 홍 철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골대 정면에서 발끝으로 방향만 살짝 바꿔 동점골을 만든 정대세는 전반 25분 조지훈의 슈팅을 다시 한번 슬라이딩하며 방향을 바꾸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었다. 위치선정과 순발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알토란 같은 골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정대세는 "운이 좋았다. 슈팅 장면에서 볼을 터치하려고 했는데 몸이 가벼워서 반응할 수 있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동료이 파이팅해줘서 들어간 골이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해트트릭 후 덤블링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너무 기뻐서 덤블링을 했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잘 못했다"며 웃었다. 서정원 감독도 "예전부터 얘기했지만 정대세의 몸상태는 좋았다. 묵묵히 준비하는 모습에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해트트릭까지 해서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해결과제도 있었다. 경고 관리였다. 정대세는 대전전에서도 경고를 받았다. 올시즌 4번째 경고다. 정대세는 지난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도 경고 2장을 받으며 퇴장당한 바 있다. 과감한 압박은 좋지만 의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대세도 인정했다. 그는 "일부러는 아니지만 경고 받으면 나도 아프고 팀에 영향 끼친다. 세골 넣어서 만족하지만 반성할 부분이다"고 했다. 서 감독은 "경기를 하다보면 몸싸움이나 제공권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경고를 받는데 고의적인 파울이 아니라 몸싸움 과정에서 받았다. 오늘 경기에 앞서도 몸싸움할때 의욕적인 것은 좋은데 조심하자고 강조했지만 또 경고가 나왔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