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지난시즌 김신욱(1m96)의 제공권을 잘 이용했다. 김신욱의 파괴력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삼킬 만큼 강력했다. 공중에선 김신욱의 높이를 제압할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확실한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보유한 '시너지 효과'는 제대로 이뤄졌다. 김신욱이 직접 머리로 해결하거나 상대 수비수 뒷 공간으로 떨어뜨려 준 볼을 섀도 스트라이커들이 쇄도해 편안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또 공격에 빠른 역습이 가미돼 '뻥 축구'에 대한 비난에서도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 전술은 '딜레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이 아니다. 김 감독은 정확하고 빠른 패스로 부드러운 공격 전개를 하길 주문한다. 김신욱의 머리를 이용한 공격은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에 주 공격 루트로 삼아선 안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러나 울산 선수들은 공격이 풀리 않을 경우 곧바로 김신욱의 머리만 쳐다본다.
울산의 '고공축구'는 올시즌 초반에도 무리없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부산전(0대0 무)부터 삐그덕대는 모습이 나타났다. 김신욱을 이용한 공격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17일 대전전에선 3대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력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21일 성남전도 마찬가지였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패스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공격 시 공은 계속 공중에 떠 있었다. 김신욱의 머리에만 의존한 공격이 펼쳐졌다. 패스의 70% 이상이 김신욱에게 이어졌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록에서도 나타났다. 울산은 전반 볼 점유율이 46%로 54%의 성남에 뒤졌다. 후반에도
50%를 넘지 못했다. 또 성남의 베테랑 미드필더 김한윤까지 수비라인에 가세한 안익수표 파이브백(5-back)은 헤딩을 잘한다는 김신욱도 혼자 감당하기에 힘든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성남은 김신욱의 높이에 대한 대비가 철저했다. 김신욱의 낙하지점을 무너뜨렸다. 김신욱은 안 감독의 분석에 당했다.
김 감독이 성남의 밀집수비를 깨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한 공격진의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도 보이지 않았다. 또 후반 5분 수비수 김영삼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것도 '김신욱 바라기'만 진행시켰다. 외국인선수들의 부상도 단순한 공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까이끼는 아킬레스 부상 중이다. 발목 부상인 하피냐도 브라질에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결말은 뻔했다. 울산은 이날 성남의 한 방에 무릎을 꿇었다. 0대1로 졌다. 후반 6분 김성준은 하프라인부터 돌파해 아크 서클에서 빨래줄같은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은 '김신욱의 머리를 버려야 산다'라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