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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태양 깜짝 호투 비결은? 상대선발 '김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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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과 던지는 위치가 똑같더라구요. 파인 곳을 똑같이 밟았어요."

자신의 우상과 맞대결이라, 어떤 기분일까.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롤모델로 삼은 이와 공교롭게 같은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선배에 버금갈 만한 잠수함투수의 위력을 보였다. NC 사이드암투수 이태양의 얘기다.

이태양은 지난 19일 목동 넥센전에서 8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총 115개의 공을 던지며 3안타 2볼넷 3사구를 허용했지만, 삼진 6개를 잡아내며 무실점했다. 이날 넥센 선발은 평소 우상이던 대선배 김병현. 김병현 역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8회까지 팽팽한 0의 균형을 이끌어낸 이태양의 당찬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김병현은 이태양의 투구에 대해 "평소 태양이가 던지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넥센에 입단하면서, 둘은 한솥밥을 먹었다. 2년차 이태양과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병현의 만남. 이태양에겐 행복한 만남이었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땐 우상이던 대선배에게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씩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자기 것으로 만들어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대선배와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태양은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으로 지난해 11월 NC로 이적했다. 당초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즌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5선발 자리를 꿰찼다. 지난 13일 창원 SK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프로 첫 선발등판에 거둔 쾌거였다.

19일 목동구장. 이태양은 경기 전 김병현에게 인사를 갔다. 둘은 이날의 선발투수. 김병현은 자신을 찾아온 까마득한 후배에게 "잘 던지자"며 덕담을 건넸다. 그리고 둘은 마운드에 섰다.

이태양은 올시즌을 앞두고 투구판 밟는 위치를 바꿨다. NC 입단 후 최일언 투수코치의 지도에 따라 3루 쪽에서 1루 쪽을 밟고 공을 던지는 것으로 바꿨다. 최 코치는 "아무리 봐도 우타자 몸쪽으로 각이 안 나오더라. 투구판 밟는 위치만 바꿔줬을 뿐인데 그 코스로 들어가는 공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태양은 1회말 등판했을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다. 마운드에 파인 곳이 바로 자신이 던져 파이는 부분과 동일했기 때문. 1회초 김병현이 던졌던 그 곳이었다. 김병현 역시 올시즌을 앞두고 1루 쪽 투구판을 밟고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약간 크로스 폼으로 던지는 두 투수의 발 위치는 완벽하게 일치했다. 어릴 때부터 우상이었기에. 투구폼 역시 닮아 있었다.

같은 곳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공을 던졌다. 이태양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김병현 선배님이 우상이었다. 주변에서 투구폼 뿐만 아니라, 얼굴도 닮았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사실 선배와 맞대결한다는 건 생각하지도,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영광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친정팀인 넥센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 그저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김병현 선배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그 마음이 커졌다.

이태양은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2군에서 당찬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지명했다. 시합 때 잘 하는 기질이 있는 선수다. 팀에 이런 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또한 최 코치는 "확실히 강심장인 기질이 있다. 제구가 문제였는데, 선발로 나오니까 쓸데 없는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제구가 된다"고 했다.

이젠 확실한 선발투수다. 그것도 2군이 아닌, 1군이다. 이태양은 "선발 자리를 지키는 게 목표다. 그리고 100이닝,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