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에겐 메이저리그의 특A급 투수로 가는 좋은 경험이었다.
경기시작 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한국야구에 적응된 류현진에게 메이저리그의 들쭉날쭉한 스케줄은 가장 큰 어려움이다. 시차가 발생하는 큰 대륙을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경기를 해야하는데 경기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더블헤더가 없는 한국에 비해 162경기의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미국은 더블헤더 경기도 많다. 류현진은 상대타자를 이겨야하지만 악조건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하는 것이 필요하다.
21일(이하 한국시각) 볼티모어전이 류현진에겐 시험대였다. 전날 등판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되며 이날 더블헤더의 첫경기에 나서게 된 류현진은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에 마운드에 올랐다. 동부시간으로 오후 1시는 류현진의 홈구장인 LA에선 오전 10시. 즉 류현진은 보통 때라면 잠에서 깨는 시간쯤에 공을 던져야했다. 한국에서라면 던질 수가 없는 시간에 던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14일 애리조나전같은 좋은 구위와 제구력을 보이지 못했다. 많은 공들이 높게 제구되면서 안타를 허용했다. 95개의 투구중 40개를 던진 직구의 최고 구속은 91마일(약 146㎞)이었다. 예전보다 1∼2㎞ 정도 떨어진 수치. 체인지업(27개)와 커브(17개), 슬라이더(11개) 등을 적절하게 섞어서 던졌지만 제구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2회말 J.J 하디에게 허용한 투런 홈런도 실투였다. 무사 1루서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는 류현진에게 바깥쪽 낮은 직구를 요구했지만 87마일(140㎞)의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다. 타율이 1할9푼3리로 낮아지만 2개의 홈런을 기록중이던 하디에겐 치기 좋은 공이 됐다. 4회말 레이몰드에게 허용한 솔로포 역시 마찬가지. 80마일(129㎞)의 체인지업도 포수가 요구한 바깥쪽이 아닌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면서 쉽게 홈런이 됐다.
낮경기의 영향인지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구위가 확실히 떨어졌다. 6회엔 볼티모어 타자들이 타구를 멀리 보냈다. 무사 2,3루서 하디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도 잘맞힌 타구로 우측으로 깊게 날아갔고, 1사 3루서 놀란 피어스에게 허용한 라인드라이브성 좌전안타와 1사 1루서 레이몰드의 우익수 플라이도 잘맞힌 타구였다. 더블헤더 경기였기에 될 수 있으면 투수가 오래 던지는게 다음 경기를 위해서 좋은 상황이었지만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을 95개만에 내린 것은 그만큼 구위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하위타선도 결코 쉽게 봐선 안된다는 점도 다시한번 느끼게 됐다. 류현진이 내준 5점이 모두 하위타선에서 나온 점수였다. 투런포를 날린 하디는 6번타자였고, 레이몰드는 8번타자였다. 6회말에도 4번 위터스와 5번 데이비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2,3루의 위기를 맞았고 하디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 7번 피어스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2점을 더 줬다.
제대로된 호된 신고식을 치른 류현진은 26일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시즌 3승째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이날도 뉴욕 현지시각 오후 2시10분에 열린다. LA 시각은 오전 10시10분이다. 다시 한번 오전 등판이지만 동부시간에 적응한 류현진이 어떤 피칭을 할지 관심을 모은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