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가 많이 변한것 같아 흐뭇하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1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인천전에서 경기 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선발 명단에 이천수(32·인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얄궂은 운명이었다. 하필 전남에 이천수의 첫 선발 복귀전이 벌어졌다. 이천수는 2009년 전남에서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으로 팀을 무단 이탈했다. 임의탈퇴의 철퇴가 내려졌다. 해외무대를 전전하던 그는 지난 1년간 무적신세로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전남이 2013년,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의탈퇴를 철회했고 이천수의 그라운드 복귀가 성사됐다. 2009년 당시 하 감독은 전남의 코치였다. 이천수의 만행(?)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시간이 흐른 뒤 모든 것을 용서했다. 하지만 적으로 만난 상황에서 혹시 볼성사나운 일이 생길까봐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
하지만 경기를 0대0으로 마친 뒤 하 감독은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 감독은 "이천수가 선발로 나왔는데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관중석에서 바라봤다"면서 "그래도 선수들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넘어진 선수들을 손잡아주는 것 보니 많이 변한것 같다. 흐뭇하다"고 했다.
하 감독은 이날 퇴장 징계로 벤치를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대전을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둔 전남의 상승세는 인천전에서도 드러냈다. 그는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해줬다. 무승부를 거둬 만족하고 있다. 무실점 경기를 해서 선수들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경기력을 평가했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