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업이 살길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일정이다. 이럼에도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스피드업'을 외치고 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총 10경기를 치른 포항의 성적표는 4승6무다. 나쁘지 않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시즌에 돌입한다던 계획은 무모한 도전 쯤으로 치부됐다. 한 달이 지난 현재,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름값에 비해 옅은 스쿼드로 주중과 주말을 오가는 살인인정을 소화하다보니 체력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상이나 경고누적 같은 변수를 경계하고 있다. 톱니바퀴의 톱니가 1~2개 빠지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작동을 바라보기 힘들다. 하지만 황 감독은 전체적인 속도를 더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피드가 떨어지는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속칭 '스틸티카'로 불리우는 포항의 패스 플레이는 좁은 공간에서의 원터치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린 뒤 공간을 파고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패스의 속도가 줄고 공간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자기 진영으로 패스를 돌리는 모습이 종종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력이나 컨디션 등 전반적인 흐름이 좋지 않을 경우 앞으로 나가야 할 패스가 뒤로 빠진다"면서 "매번 짧은 패스만은 고집할 수 없는 법이다. 다만 목적 없는 패스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강조하는 것은 판단력이다. 황 감독은 "패스 이후의 장면을 머릿 속에 그려놓고 출발을 해야 한다. 그래야 2~3번째 상황에서의 대응도 빨라지고 전개 속도가 향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속도를 강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보다 편안하게 끌어가면서 승부와 팀 컨디션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작은 변화도 부분적으로 감지된다. 황 감독은 지난 경남전 후반에 박성호와 배천석을 나란히 세우는 투톱 시스템을 가동했다. 타깃맨 성향이 짙은 두 선수가 올 시즌 한 그라운드에서 활약한 것은 리그와 ACL을 통틀어 이날이 처음이었다. 최근 지적되는 결정력 부재 문제에서 해답을 찾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황 감독은 "제한된 스쿼드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경기가 2~3일 간격으로 이어지다보니 시간이 없는게 아쉽지만,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포항은 1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강원FC와 클래식 7라운드를 치른다. 황 감독은 "강원이 클래식에서 치른 6경기를 분석해봤는데 경기력은 만만치 않았다.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