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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자,감독님과 팬 위해"결연했던 전남 첫승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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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 전남 감독은 지난 7일 강원전에서 전반 2분 퇴장당했다. 심판의 페널티킥 판정에 격렬히 항의했다. 포항전에 이은 2경기 연속 PK판정이었다. 경기 초반 움추러들 어린 제자들의 사기가 걱정됐다.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과는 2경기 출전정지와 500만원 벌금 징계였다. 감독이 퇴장당한 강원전에서 전남은 지지 않았다. 김병지가 PK를 선방했고, 0-1로 밀리던 후반 41분 이종호가 극적인 동점골을 밀어넣으며 팀을 구했다.

13일 대전과의 홈경기에도 하 감독은 벤치에 앉지 못했다. "중요한 시기에 감독없이 경기하게 됐다. 경솔했다. 선수들에게도 사과했다"고 했다. 하 감독의 퇴장, 징계는 오히려 선수단을 하나되게 했다. 경기 전 전남 라커룸은 비장했다. "오늘 죽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뛰자"고 결의했다. 배수진을 쳤다.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선수들의 눈빛이 달랐다.

이종호(21) 심동운(23) 전현철(23)의 협업이 빛났다. 전원이 23세 이하의 '영플레이어'로, 리그 최연소 토종 공격라인이다. 골 욕심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고교리그, U-리그 득점왕 출신이다. 하 감독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욕심을 버려라. 서로 주고받으면 팀이 좋아진다"는 조언을 건넸다. 개인적인 욕심 대신 팀을 위한 희생으로 무장했다. 수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읽어내려 노력했다.

이날 모든 골 장면에서 세 선수의 이름은 붙어다녔다. 전반 21분 심동운의 프리킥골을 이끌어낸 건 전현철-이종호의 적극적인 플레이였다. 1m69의 단신 심동운은 높은 수비벽 바깥쪽 틈을 노려 대담하고 재치있는 골을 밀어넣었다. 전반 32분 이종호-전현철은 문전으로 나란히 쇄도하며, 2대1 패스를 주고받았다. 이종호의 칼날 어시스트에 이은 전현철의 호쾌한 슈팅이 골문으로 쏙 빨려들었다. 후반 37분엔 이종호의 패스를 이어받은 심동운의 그림같은 왼발 쐐기골까지 터졌다. '영플레이어'들이 전원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심동운이 시즌 2-3호골, 전현철이 2호골을 기록했다. 이종호가 2도움,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2골을 밀어넣으며 3대1 완승을 이끈 공격수 심동운은 "오늘 경기마저 진다면 전원삭발한 후 합숙에 들어가기로 했었다"며 비장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시즌 첫승, 홈 승리에 대한 갈망, 무엇보다 스승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감독님이 우리 때문에 퇴장을 받으셨다. 감독님은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데 승리를 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했다. 감독님을 기쁘게 해드리자고 약속했다." 이날 3골 모두에 관여한 '광양루니' 이종호는 "우린 혼자서 절대 빛날 수 없다. '자신을 버려야 더 잘된다. 동료를 믿고 줄 때 빛을 발한다'는 가르침대로다"라며 뿌듯해 했다. 아주대 시절 하 감독과 함께했던 '이적생' 전현철 역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감독님은 힘든 가운데서도 선수들을 믿어주신다. 선수들 모두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첫승을 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며 웃었다.

관중석 뒤 중계실에서 속을 끓이며 경기를 지켜본 하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감독의 믿음에 승리로 응답했다. "선수들이 지시한 대로, 훈련한 대로 잘해줘서 참 고마웠다. 코치들도 서포트를 정말 잘해줬다. 나는 언제나 우리 선수들과 팀을 믿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