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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신정락, '닮은꼴 성장통, 정반대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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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사흘째 심통을 부렸던 11일 잠실구장. 흥미로운 선발 대결이 펼쳐졌다.

LG 신정락(26)과 NC 이재학(23)의 선발 맞대결. 촉망받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며 입단했지만 성장통을 겪었던 두 '옆구리 투수'. 중요한 순간 맞닥뜨렸다. 둘은 같은 해인 2010년에 나란히 프로에 데뷔했다. 신정락이 대졸로 LG, 이재학이 고졸로 두산에 입단했다. 이날 신정락은 프로 데뷔 첫승을 노리며 마운드에 올랐다. 올시즌 첫 등판한 이재학 역시 데뷔 첫 선발승과 소속팀 NC의 창단 첫승이란 두마리 토끼 사냥에 나섰다. 결과는 이재학의 승리. 6이닝 동안 7피안타 무실점으로 감격의 첫 선발승과 함께 NC 다이노스 역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을 새겼다. 비록 패했지만 신정락에게도 의미있던 경기였다. 6⅔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 첫 퀄리티 스타트였다. 지난 4일 목동 넥센전(5⅔이닝 5피안타 3실점(2자책))에 이어 2경기 연속 성공적인 선발 등판. 추운 날씨 속에 마운드에 올라 1회 흔들리며 2실점한 것이 옥에 티. 하지만 큰 위기를 넘긴 뒤 2회부터 안정된 피칭을 이어갔다.

아마 시절 촉망받던 두 선수.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시행착오를 겪었다. 좀처럼 아마 시절의 위력을 살리지 못했다. 방황과 고민. 도달한 결론과 해법은 정반대였다. 릴리스포인트 변화의 방향이 달랐다. 이재학은 높였고, 신정락은 낮췄다. 이재학은 두산 입단 직후 팔 높이를 낮췄다. 패착이었다. 결국 빛을 못본채 주로 2군에 머물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옮겼다. 새로운 환경. 기회의 땅이 됐다. 퓨처스리그 시절이던 지난해 다시 팔 위치를 높였다. 사이드암스로에서 스리쿼터로의 회귀. 투구폼이 다시 와일드해지면서 대구고 시절 강력했던 구위를 되찾았다. "팔의 이상적 높이를 되찾으면서 볼끝과 무브먼트가 좋아졌다"는 만족감.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퓨처스리그였지만 전체 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15승(2패)과 가장 낮은 1.55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WBC대표로 출전한 경찰청 장원준(6승 4패, 2.39)보다 나은 성적. NC 유니폼을 입고 첫 1군 데뷔전이었던 LG전에서 이재학은 과감한 몸쪽 승부를 걸었다. 자신의 구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체인지업과 결합한 몸쪽 공은 고비마다 위력을 발휘했다. 시즌 첫 경기를 실점 없이 치를 수 있었던 배경.

신정락은 이재학과 반대였다. 스리쿼터에 가깝던 릴리스포인트를 사이드암스로에 가깝도록 대폭 낮췄다. 와일드싱에서 물흐르듯 부드러운 투구폼으로의 전환. 고질적인 제구 불안과 부상 방지를 위한 조치였다. 150㎞를 넘나들던 스피드를 손해 봤지만 로케이션의 안정성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었다. 2경기 12⅓이닝 동안 4사구는 7개. 투구폼 변화. 큰 결단이었다.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어깨를 지닌 투수가 속도를 포기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홈런을 능히 칠 수 있는 힘있는 거포가 욕심을 버리고 스윙폭을 줄이는 것과 같다. 신정락은 "스피드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제구와 아프지 않은 몸상태가 절실했다. 제구가 안정궤도에 접어든 뒤 볼끝과 무브먼트를 끌어올려도 늦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커브와 슬라이더의 각도가 살아있어 쉽게 공략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신정락의 강력한 보호막. 이날도 NC 타자들은 신정락의 변화구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변신'이란 먼 길을 돌아 다시 새로운 출발 선상에 선 이재학과 신정락. 토종 선발이 귀한 소속팀 NC와 LG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기대만큼 넓직하게 열려있는 기회의 문. 이제 문고리를 단단히 잡고 활짝 열어 젖힐 일만 남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