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MBC 1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도연은 청순가련형 여배우로서 뭇남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나이가 어린 시청자들에겐 SBS 드라마 '추적자'의 손현주 아내로 기억에 남아 있을 듯하다. 딸을 잃은 엄마의 애타는 심정을 담아낸 역할이었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애절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랬던 김도연이 최근엔 자식 교육에 열을 올리고 부동산 투기에도 재미를 붙이는 복부인으로 변신했다. KBS 아침드라마 'TV소설 삼생이'에서다. 김도연의 깜짝 변신과 실감나는 연기 때문일까. 이 드라마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항상 착하고 우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역할은 처음이에요. 그런데 사실 이런 역할이 오히려 더 편해요. 우는 신이 더 힘들죠. 화장도 지워지고 못 생기게 나오고. '추적자'때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김도연이 'TV소설 삼생이'에서 연기하는 박경자 역은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가 아니다. 표정이나 행동 곳곳에서 귀여운 매력이 느껴지는 독특한 캐릭터다.
"너무 악역으로 가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어요. 평소 제 이미지가 있는데 괜히 오버한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귀여운 아줌마 캐릭터로 가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말을 할 때도 눈을 동그랗게 뜬다든지 제 나름대로 계산을 하고 연기를 했죠."
데뷔한 지 햇수로 30년째다. 그녀는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치매가 오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이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감사해요. 일반 직장은 조금 쉬다가 다시 일할 수도 없잖아요."
그러면서 "항상 신인 같은 자세로 일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긴장되는 게 많아요. 겉으론 안 그런 척 하는데 속으론 내심 그런거죠. 남한테 싫은 소리 듣는 것도 싫어하고 잘해내야겠다는 자존심도 있어서 NG를 잘 안 내는데 요즘엔 가끔 NG도 한두 번씩 내고 그래요.(웃음)"
지난 1993년 결혼한 김도연에겐 두 딸이 있다. 딸 얘기에 밝았던 김도연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줘 행복하다"고 말했다.
딸들을 "예쁘다, 예쁘다"하길래 내 자식이면 다 예뻐보이는 보통 엄마들의 얘기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사진을 보여주는데 정말 예뻤다. 두 딸 모두 '연예인 뺨치는' 외모였다. 어린 시절부터 매니저들이 연예인시키라고 탐을 냈다고 했다. "큰 애는 (연예인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작은 애는 하겠다고 해서 '오케이'했죠. 전 연예인이 선택받은 훌륭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자부심을 갖고 잘한 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김도연은 "아이들이 사교육을 안 한다고 하면 안 가르친다"는 열린 엄마였다. "어떤 방면으로 나갈지 모를 애인데 굳이 점수 좀 더 받으려고 공부를 미친듯이 시킬 필요가 있냐"는 것이 그녀의 설명. 스무 살이 된 큰 딸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예정이고, 작은 딸도 함께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욕심을 부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한다기 보다는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딸들을 미국으로 떠나보낼 예정인 김도연은 최근 'TV소설 삼생이' 촬영 스케줄 외엔 주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김도연은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은 안 먹이고 먹거리 하나, 하나를 다 챙기는 꼼꼼한 엄마이기도 했다.
"결혼 후에 책을 보면서 공부했어요. 좀 고달프게 사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웃음) 짜장면도 거의 시켜먹는 적이 없고 생라면도 직접 해주거나 하죠. 미세 먼지 때문에 청소는 꼭 하루에 한 번씩 하고요. 아침 일찍 촬영을 나갈 때도 아이들 밥을 다 해주고 나가요. 힘들어도 행복해요."
김도연은 "연기자로선 '내가 전혀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이 잊을만 하면 나오고, 또 나오고 해서 잊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죠"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중 김도연이 가장 많이 한 말은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바로 배우로서, 엄마로서의 행복감이었다.
"건강하고 일하는 것 자체에 만족을 하고 살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배역이 조금 더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 연기력을 한 신보다는 세 신, 네 신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요. '추적자'에선 죽는 역할이었지만 뭔가 보여주고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김도연은 "그런데 얼마 전에 매니저가 또 죽는 역할을 갖고 왔더라"며 눈을 흘기며 웃어 보였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