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돌아왔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막을 올렸다. 그런데 바람이 발목을 잡았다.
11일 제주도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파72·6238야드)에서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총상금 5억원) 1라운드는 제주도의 거센 바람 때문에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웃지못할 해프닝도 속출했다.
서귀포에 위치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엔 이날 하루 종일 강풍이 불었다. 핀 깃대가 90도로 휘어질 정도의 바람이었다. 108명이 출전한 가운데 첫날 언더파를 친 선수는 한명도 없었다. 단독 선두로 나선 양수진(22)이 이븐파 72타를 기록했다. 나머지 107명은 모두 오버파를 쳤다. 지난해의 경우 언더파가 나오지 않은 대회는 한번도 없었다.
아마추어 골퍼 수준의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선수도 있었다. 리더보드 맨 끝에 위치한 꼴찌는 18오버파 90타. KLPGA 규정상 라운드 타수가 88타 이상이면 자동 실격한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유도하고 대회 질을 높이기 위한 규정이다. 이날 두명이 88타 이상을 기록해 2라운드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밖에도 라운드 도중 기권한 선수도 속출했다. 조영란, 홍진의, 박주영, 이성운, 김유리, 함영애 등 6명이 기권했다. 바람속에서 샷을 하다 부상을 당한 선수가 있었다. 시즌 평균 타수 관리를 위해 기권하기도 했다. 바람 때문에 정신없이 라운드를 하다 스코어 카드 오기로 탈락한 선수도 있다. 첫날 이런저런 이유로 짐을 싼 선수는 9명이나 된다.
정상적인 샷이 어려워지면서 OB(아웃오브바운드)도 속출했다. 지난해 KLPGA 투어 3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던 김자영(22)은 OB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김자영은 9오버파 81타로 68위로 밀려났다. 지난 시즌 2승을 올리며 '대상'을 받았던 양제윤(21)도 OB를 내면서 8오버파 80타를 쳤다.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함박 웃음을 지은 선수들도 있었다. 이번 대회 주최사인 롯데마트는 18번홀(파5) 페어웨이에 '통큰존'을 설치했다. 265야드 지점에 지름 4.5m(골드), 15m(실버) 등 2개의 원을 그렸다. 티샷한 공이 골드존에 들어가면 상금 200만원, 실버존에 들어가면 상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매 라운드 진행한다. 이날 4명의 선수가 실버존에 당첨됐다. 정혜진, 홍 란, 김현수, 홍진영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과욋돈 100만원을 받아들고 싱글벙글 웃음지었다. 홍 란은 "스코어를 떠나 기분이 너무 좋다. 마치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라며 수표 한장을 손에 들고 사라졌다.
서귀포=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