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간음 및 성추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구속 기소된 방송인 고영욱이 결국 전자발찌를 차는 신세로 전락했다. 연예인으로서는 사상 처음 있는 일. 그 기간이 무려 10년이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성지호)는 10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고영욱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7년형에 준하는 형량으로, 법원 안팎에선 예상보다 중형이 선고된 데 대해 놀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고영욱이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데다 일부 피해자들이 합의하거나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 그래서 선고를 앞두고 일각에선 고영욱이 낮은 형량을 받거나 최선의 경우 집행유예 혹은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영욱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고영욱이 유명 연예인에 대한 관심과 선망, 호기심을 이용해 나이 어린 청소년들을 추행하고 간음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고영욱)은 유명 연예인이라는 지위를 적극 이용해 사리분별이 부족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숙해야 할 기간에도 추가 범행을 저질렀으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일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고 선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고영욱이 전과가 없는 점과 피해자들의 고소 취하 사실 외에도 "이 사건으로 인해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이 중단됐고 앞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5년의 중형이 선고된 데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연예계 성추문 사건에 대한 사회적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해엔 유명 기획사 대표가 10대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았고, 최근의 박시후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성추문 사건도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연예인은 대중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사건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 또한 크다. 재판부도 이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가 "연예인을 공인으로 볼 수 있는지, 얼마나 사회적 책무를 지울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도 있고 논의도 필요하다. 유명 연예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같은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죄질이 불량하다"고 명시한 데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라는 것과 연예인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것이 중요하게 고려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 "초범이긴 해도 습벽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전자발찌 부착 10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7년을 명령했다. 여기에서도 피해자들이 19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는 점과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범행에 이용했다는 점을 짚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려간 수법이 비슷해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지 않으며, 피고인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과정에서 또 다시 동종 범죄를 저지른 점에 비춰볼 때 성에 대한 인식이 왜곡돼 있고 자제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 중간 구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나왔다는 것도 판결에 반영됐다.
앞서 고영욱은 지난 해 김모양(당시 18세) 등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고 접근해 함께 술을 마시고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지난 해 12월 서울 홍은동의 한 도로에서 만난 중학생 C양(당시 13세)을 성추행한 혐의로 또 다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최초 고소인인 김모양 사건의 경우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C양 사건은 이전 사건과 병합돼 진행됐고 고영욱은 결국 총 3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2010년 사건 당시 13세였던 A양에 대해서는 성폭행 혐의, 17세였던 B양과 홍은동 C양에 대해선 강제추행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A양에 대해 "성인 남성이 피해자와 간음과 구강성교를 했다면 구체적인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력 행사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고, B양과 C양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이 공소사실과 일치되는 진술을 하고 있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고영욱은 재판부의 판결에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고영욱의 변호인은 양형의 타당성과 항소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황급히 법원을 빠져나갔다. 고영욱은 일주일 내에 항소할 수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