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뿐만 아니라 닥수도 겸용하겠다."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은 2월 28일 열린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서 올시즌 포부를 밟혔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앞세운 전북이 올시즌 단단한 수비를 겸용해 K-리그 클래식 우승컵을 품겠다는 각오였다.
40여일이 지난 9일, 파비오 감독 대행은 "이 말을 후회한다"고 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닥수(닥치고 수비)'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두 번 다시 그런 얘기를 안했을 것이다." 우라와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4차전을 마친 직후였다. 전북은 안방에서 열린 우라와전에서 전반에 두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에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내며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후회' 발언에 이어 "나도 언제 한 번 무실점 승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전북의 현실이었다.
전북의 '닥공' 위력은 올시즌에도 변함이 없다. 케빈 이승기 송제헌 박희도 등 새로 영입된 공격 자원이 이동국 에닝요 서상민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리그 5경기에서 9득점, ACL 4경기에서 8득점 등 총 9경기에서 17골을 넣었다. 경기당 2득점에 가깝다. 반면 파비오 감독 대행이 야심차게 내세운 '닥수'는 낙제에 가깝다. 9경기에서 모두 12실점을 허용했다. 무실점은 없다. K-리그 클래식 5경기에서 6실점을 했고 ACL 4경기에서 6실점을 허용했다.
수비에 문제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많다. 파비오 감독대행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중앙 수비가 가장 문제이긴 하다. 아직까지 호흡이 잘 맞지 않는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오른 측면 수비수인 전광환과 이규로가 동시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서상민, 정 혁 등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풀백을 보고 있다. 수비 조직력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훈련을 더하겠다"는 말 이외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자신감은 더 넘쳤다. 우라와와의 경기가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전반에 두 골을 허용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전술을 들고 나가야 했다. 위험했지만 어쩔 수 없이 더 공격적으로 나갔다"고 했다. 전북은 경기 초반 수비 라인을 뒤로 빼고 이동국과 케빈의 제공권을 이용하는 롱볼 축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실점 이후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고 레오나르도, 송제헌 등 공격수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2대2 무승부를 이뤄낸 원동력이었다. 파비오 감독대행이 수비 불안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나도 선수들에게 무실점 경기를 하자고 부탁까지 할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골을 많이 허용하고 있지만 득점도 많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많이 먹으면 많이 넣으면 된다. 수비가 안되면 골을 더 넣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희망도 있다. 오른 측면 수비수 이규로가 부상에서 회복해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서상민 정 혁 등 잠시 다른 포지션으로 외도했던 선수들이 제자리를 찾는다. 포백 라인도 정상 가동된다. 수비 안정화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서상민 정 혁이 원래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수비가 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경기가 끝난 뒤 항상 고생했다고 칭찬해준다. 하지만 이제 이규로가 복귀한다. 성남전에 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전북은 14일 K-리그 클래식 6라운드에서 성남을 상대한다. 파비오 감독대행의 바람대로 올시즌 첫 무실점 경기를 이뤄낼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