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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 '구가의 서', 이승기-배수지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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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구가의 서'의 약점은 사실 1, 2회였다. 주인공 이승기와 배수지가 등장하지 않는 탓에 존재감이나 화제성에서 경쟁작에 밀릴 거라 보는 시선이 많았다. 도입부를 책임진 이연희와 최진혁의 연기력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8일 첫 방송에서는 역모죄 누명을 쓴 아버지를 잃고 관기로 전락한 인간 윤서화(이연희)와 그런 윤서화를 지켜보며 마음에 품게 된 지리산 신수 구월령(최진혁)의 운명적 만남을 신비롭게 그려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 묵직한 사극이면서 판타지가 강한 캐릭터를 구현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았지만 '구가의 서'는 그 둘 모두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우선 영상미부터 달랐다. 구월령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숲과 구월령의 신비로운 능력을 CG로 표현해낸 장면부터가 압권이었다. 허공을 떠다니는 파란색 불빛이 윤서화의 눈동자에 비치는 장면에선 그 불빛의 움직임까지도 살려내는 디테일한 표현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게시판에는 "'트와일라잇'을 보는 것 같다"는 시청평도 올라왔다. 제작진은 온갖 판타지 영화를 섭렵하며 CG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앙상블도 뛰어났다. 특히 연기력 논란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던 이연희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새로운 계기를 맞을 듯하다. 슬픔, 분노, 원망의 감정을 폭발시키며 극의 도입부를 온전히 책임졌다. 외모부터 구월령과 혼연일체를 보인 최진혁, 절대 악인으로 변신한 이성재, 행수 기생으로 카리스마를 보여준 정혜영 등 누구 하나 존재감이 뒤지지 않았다. 특히 이연희의 남동생으로 출연한 이다윗과 몸종 담이를 연기한 김보미의 이른 퇴장은 앞으로도 내내 아쉬울 듯하다.

'구가의 서'에 대한 기대감은 오를 만큼 올랐다. 그만큼 제작진의 부담도 늘어났다. 특히 이승기와 배수지의 어깨가 무겁다. 두 사람 모두에게 '구가의 서'는 첫 사극이다. 이연희와 최진혁이 연기를 너무 잘한 것이 오히려 두 사람에게 '비교 평가'라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액션 연기도 소화해야 한다. 경험과 무게감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배수지는 '직장의 신' 김혜수와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김태희에 맞서는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안았다.

'구가의 서' 제작진은 1, 2회 도입부에만 무려 2개월의 시간을 들여 40회 가량을 촬영했다. 영화 한 편에 맞먹는다. 그 덕에 완성도는 뛰어났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생방송 촬영이 시작되면 후반작업에 손이 덜 갈 수밖에 없다. 허술한 CG는 몰입을 방해한다.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다. '우뢰매 같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KBS2 '전우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주인공 이승기조차 "만화 같았다"고 했던 반인반수 캐릭터와 극명한 선악 구도, 복잡한 이야기 구성이 개연성 있게 흘러갈지도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