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 없는 듯 평화로운 풍경. 하지만 그 속에는 긴장과 비장함이 느껴진다. 연패에 빠진 팀의 일상적인 분위기다.
한화는 시즌 개막부터 9일 삼성전까지 8연패에 빠졌다. 김응용 감독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김 감독은 10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홀로 시간을 보냈다. 1루 덕아웃 옆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묵묵히 지켜봤다. 김성한 수석코치를 불러 이야기를 나눈 것 말고는 선수들을 향해 특별히 주문한 사항도 없었다.
평소 김 감독은 선수단 미팅을 잘 소집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코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요즘에는 "편하게 웃으면서 경기하자"는 메시지를 자주 전한다. 경기에 졌다고 해서 화를 내서도 안되고, 선수들의 기를 누를 필요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김 감독의 이같은 뜻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편하게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장 김태균이 나섰다. 요즘 한화 선수들은 양말을 유니폼 밖으로 치켜 신는 이른바 '농꾼 패션' 차림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농꾼 패션은 삭발과 함께 선수들이 부진에 빠졌을 때 자주 행하는 일종의 징크스다. 지난 2일 홈개막전이었던 대전 KIA전때 김태균의 제안으로 유니폼을 농꾼 패션으로 통일해 착용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와 이브랜드도 동참했다. 이날 삼성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베테랑의 노력이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팀이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분위기를 잡아줄 리더가 필요하다. 우리팀에는 김태균이 고참으로서 잘 이끌고 있다. 농꾼 패션도 김태균이 하자고 한 것이다"며 김태균의 리더십을 높이 샀다. 김태균을 중심으로 선수들도 연패 탈출 의지를 강력하게 내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종범 주루코치는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버리고 용기를 갖고 플레이할 필요가 있다"며 선수들의 파이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한화의 시즌초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주위의 응원과 격려가 쇄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시절 사령탑이었던 김영덕 전 감독이 김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용기를 불어넣어줬다고 한다.
한화는 이날 내야수 하주석을 2군으로 내리고, 포수 최승환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팀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부진한 선수들부터 제외하는 수 밖에 없다. 시즌초 불안한 피칭을 계속하고 있는 안승민도 당분간 마무리 보직을 떼고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연패 탈출을 위한 한화의 몸부림,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