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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인 득점 분포, 롯데 '지키는 야구'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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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롯데 자이언츠의 무게 중심은 마운드에 가 있다. 타자를 중심으로 한 공격 야구가 아닌 투수가 주축이 된 '지키는 야구'를 지향한다.

이런 롯데의 선택은 불가피해보인다. 지난 2년 동안 4번 타자 이대호(일본 오릭스) 홍성흔(두산) 그리고 1번 타자 김주찬(KIA)이 팀을 떠났다. 롯데는 스타들을 붙잡지 못했다. 떠나겠다고 마음 먹은 선수를 돌려세울 방법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마운드를 강화했고, 팀 컬러가 '지키는 야구' 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지키는 야구는 투수 혼자만 할 수 없다. 투수들이 틀어막기 전에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주어야 '이기는 야구'가 완성된다. 특히 지키는 야구에선 경기 초반 점수를 뽑는게 무척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의 롯데는 이상하리 만큼 1회에서 5회 사이 득점이 저조하다. 주로 득점이 경기 후반에 집중되고 있다.

롯데는 개막 후 7경기에서 5승2패. 괜찮은 성적이다. 그런데 득점 분포가 기형적이다. 총 28득점 중 경기 초반(1~5회) 5득점을 뽑았다. 반면 경기 후반(6~9회) 23득점했다. 후반 득점 비율이 무려 82%.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좋게 보자면 롯데 타선의 뒷심이 강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경기 후반 역전승은 짜릿한 맛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경기를 자주 하면 이기는 쪽도 피곤하다. 롯데는 한화의 개막 2연전을 모두 9회말 끝내기로 승리했다. NC전(4월3일)에선 10회 연장까지 갔다. 그리고 최근 KIA와의 2연전에서 연패했다. 롯데가 하고자 하는 마운드 중심의 야구에선 이런 득점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 지키는 야구의 이상적인 득점 지원은 경기 초반에 나와야 한다.

롯데 타선은 지금까지 경기 초반 찬스를 무산시켰다. 타선의 집중력이 떨어졌다. 득점권 타율이 2할2푼3리로 낮았다. 이러다 보니 경기 초반 선제점을 내주고 끌려가는 경기가 많았다. 선발 투수가 갖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심리적 피로가 많이 쌓인다.

또 후반부에 박빙의 경기를 자주 했다. 이럴 경우 선발 투수 뿐 아니라 불펜에도 부하가 걸리게 마련이다. 불펜이 앞선 점수에서 등판하는 것과 끌려가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롯데의 5승 중 선발 투수 승리는 유먼과 송승준 1승씩 2승이다. 불펜 김사율이 2승, 정대현이 1승씩 했다. 롯데 타선이 후반부에 터지면서 빚어진 결과다.

롯데가 꿈꾸는 '지키는 야구'의 본보기는 삼성 라이온즈가 2012년 통합 우승을 할 때 보여주었다. 지난해 삼성은 선발 투수 장원삼이 17승, 탈보트 14승, 배영수 12승, 고든 11승을 올렸다. 선발 4명이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마무리 오승환은 37세이브.

이 과정에서 삼성 타자들은 경기 초반에 선제점을 뽑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먼저 리드하는 점수를 올려주면 마운드가 지켜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선제점에 집중했고,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롯데는 11일까지 경기가 없다. 휴식을 취하면서 팀을 재정비한다. 롯데는 불균형이 심한 득점 분포를 고르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경기 초반 저조한 득점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김시진 감독은 최적 타순을 짜야 한다. 또 타격감이 나쁜 황재균(타율 0.154) 전준우(0.214)를 살릴 방도를 찾아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