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쿼터부터 10점을 리드 당했고 추격다운 추격도 해보지 못한 채 무려 15점차로 패했다. 보통 이렇게 일방적 패배를 당한 팀에게는 경기 종료 이후 적지 않은 비판이 날아드는 것이 스포츠의 세계다.
하지만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패한 KGC에게는 비판도, 비난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본 농구팬들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했다.
안양 KGC는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3-88로 완패했다.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허용한 KGC는 경기 내내 SK에 끌려갔다. 그리고 이 날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반전을 예고한 KGC가 3차전에서 이토록 쉽게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선수들의 줄부상과 체력 열세 때문이다. 3차전에서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시즌 KGC는 그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부상병동'이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오세근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차민석, 김민욱, 김일두 등 골밑 자원들이 도미노처럼 부상으로 낙오됐다.
또한 박상률, 은희석, 김성철 등 팀의 맏형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좀처럼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빅 3'라 불리는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까지 정규시즌 막바지와 플레이오프에 부상을 당하면서 KGC는 정신력 하나로 버텨나갔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플레이오프 일정을 치러 나가던 KGC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3차전 경기에 앞서 이정현이 장염증세로 응급실에 다녀온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쿼터 막판에는 후안 파틸로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3쿼터에는 키브웨 트림까지 발목 부상을 당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 외국인 선수들까지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GC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부상을 당한 트림이 4쿼터에 출장을 강행하는 등 KGC는 홈 관중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KGC 선수단의 그러한 열정과 태도는 승패를 떠나 경기를 지켜본 농구팬들의 마음에 작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시즌 KBL은 신인 드래프트를 노린 일부 팀들의 '고의 패배'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몇몇 팀들이 리그가 아닌 팀만을 생각하는 태도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시즌 운영을 했고 농구팬들은 큰 실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KGC는 선수들의 줄부상과 체력적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로 경기에 임하며 프로가 무엇인지,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KGC의 패배는 그 어떤 승리보다 값졌다. <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